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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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도 내가 먼저 웃어야
홍경석
2016.05.11
조회 201

애청하는 방송의 TV 프로그램이 있다. 매일 퀴즈문제를 출제하는가 하면 그날의 문자메시지 주제를 제안하여 채택이 되면 소개까지 해 준다. 당첨의 기쁨도 이따금 누릴 수 있기에 가급적이면 열심히 참여하는 터다.

오늘도 그 방송을 보자니 문자 주제가 ‘내가 아는 괴짜’였다. 괴짜라?...... ‘괴짜’는 괴상한 짓을 잘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잖아! 그럼 바보 나로군. 그래서 주저 없이 문자를 보냈다.

- “사실은 제가 괴짜입니다. 저는 기분이 좋아지면 금세 노래방의 제왕으로도 변신하니까요. 백년도 못사는 인생입니다. 우리 모두 멋있는 괴짜가 되자고요~ ^^”- 잠시 후 내가 보낸 문자는 자막까지 깔리면서 방송이 되었다.

어제는 딸이 보낸 건강식품세트가 택배로 도착했다. 가격도 만만찮아 보였지만 성의가 고마워서 냉큼 카톡으로 감사를 표했다. “우리 딸과 사위의 정성에 감사합니다! 복 받을 껴~ ^^” 우리 가족만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아들이 만들어 준 덕분에 평소에도 무시로 소식을 전하는 중이다.

아무튼 그러자 금세 답신이 왔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건강식품 드시고 아빠 엄마 늘 건강하세요~ ㅎ” 이번엔 아내도 문자를 쏘았다.

“나는 효자효녀인 딸과 아들을 잘 두어 참 행복한 여자야! 정말 고마워!! 그리고 오빠랑 상의해서 일간 집에 오려무나. 엄마가 맛난 거 사줄 게. 우리 사위도 같이 올 수 있다면 금상첨화고.” 아내 스스로 ‘난 행복한 여자’라는 토로의 고백을 들은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35년 결혼생활 동안 불변한 건 가난의 거미줄이 여전히 켜켜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행복하다고 한 건 어떤 연유에서 기인한 것일까? 우선은 지난 춘삼월에 그야말로 뻑적지근하게 시집보낸 딸이 1순위의 행복 근저였으리라.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하객들과 축의금 봉투의 쇄도 현실에 아내는 입이 귀에 가서 붙었다가 사흘은 지나서야 겨우 떼어졌다. “우리 남편이 허구한 날 밖에서 술에 취해 들어온 게 허투루 산 건 아니었음을 이제야 비로소 알았네.”

“남자란 자고로 사교적이고 또한 지인이 많아야 하는 거라고.” 얼마 전 모 지상파 방송에서 나를 찾아와 취재한 내용이 방영되었다. 5시간도 넘은 녹화였으되 정작 실제로 방송된 분량은 1분도 채 안 되었다.

어이가 없어 ‘멘붕’ 상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불원천리 나까지를 찾아와 취재한 방송 진행팀들 속은 오죽이나 탔을까! 딱히 웃을 일도 없는 세상이거늘.

맞다, 웃자 웃어~ ^^ 거울도 내가 먼저 웃어야 따라서 웃지 않더냐! 흡사 미친놈인 양 껄껄거리며 웃자 아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 어디 아파?” “난 원래 멋있는 괴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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