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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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세요.
김은경
2016.01.28
조회 213
여행에서 돌아오는 공항 대기실에서 그녀를 보았습니다.
국제공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소박하고 작은 곳이라 사람들은 좌석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죠.
새벽 비행기를 기다리며 사발면을 먹고, 사진을 찍느라 공항은 흥성거림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때 그녀의 절규가 들렸습니다.
"어떻게 나 몰래 다른 여자와 연락을 할 수 있어!"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모아졌고, 20대 초반의 앳된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남자친구로 보이는 청년은 쩔쩔매며 어쩔 줄 몰라하며 그녀를 달래려 했습니다.
"우리 헤어져.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가! 가버려! 그 여자한테 가란말야!"
그녀는 절규하고 있었고,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은 하나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사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만 바라봐서 못나 보였고
저한테 모든 걸 맞추려 해서 작아 보였던 사람.
그때 저도 그녀처럼 그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우리 헤어져. 가! 나보다 좋은 여자 만나!" 라고요.
하지만 전 알고 있었어요.
그 맘때 저 역시 그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요.
지금 울고 있는 그녀 역시 그가 가버릴까봐 겁을 내고 있는 거겠죠.
청년은 그녀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고, 저는 홀로 허전함과 아픔을 어둠 속에 달래고 있었습니다.
비행기 탑승을 하면서 보니 그녀와 청년은 다정히 손을 잡고 있더군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되뇌였습니다.
"솔직하게 사랑한다고 하세요. 거짓말인 줄 알면서 그가 모르는 척 할 땐 돌이킬 수 없어요."
진실을 말했다면 저 역시 그의 손을 잡고 지금 이 여행에서 돌아가고 있었을 거에요.
사랑한다면, 솔직하게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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