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명절 선물을 준비했다는 기쁨에 쇼핑백을 서내개를
겹쳐들고서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총총이 발걸음을 재촉하던 길이었지요
제가 걷고 있는 길은 긴 시장통 노점의 행렬 사이를 지나와야 했는데
밝고 따뜻한 백화점에서 방금 빠져나와서 인지 해넘이 저녁의 길목은
어찌나 춥던지 마냥 종종대며 걸었습니다
그렇게 앞만 보며 걷다가 저의 시선 안에 들어 온 광경은 참으로
스산하고 애처로운 마음을 갖게 하였답니다
대부분의 상인들 조차도 이미 빠져나가고 추운 바람만이 윙윙 스치우는
시장통 길가에 번개탄 화로를 손 안에 끼고 잔뜩 웅크린 할머니들 몇몇이
젖은 바지락과 홍합을 한 그릇씩 앞에 놓고 앉아계셨습니다
할머니들은 눈만 겨우 보일 만큼 꽁꽁 뒤집어 쓴 두꺼운 스카프로 얼굴을 가렸지만
시들어 볼품없는 시금치나 얼가리 배추들을 앞에 놓고는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만 주시하고 계셨습니다
또아리로 엮은 삶은 시레기 나물은 얼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선뜻 그 어느 할머니 곁으로도 다가가지 못하고
걸음을 바쁘게 재촉하며 지나오고 말았네요
시내버스를 잡아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웅성거리는 불빛 도시의 또다른 삶의 슬픔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추위에 곱은 할머니들의 거친 손은 지금쯤 따뜻한 아랫목에서
녹이고 계시기를 바래 봅니다
김건모 시장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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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찬 바람 ...
서현희
2016.01.31
조회 11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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