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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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어깨를 빌려주세요
김희선
2004.06.25
조회 54
며칠 전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낯선 남자에게 어깨를 빌려주었습니다.
인터뷰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거의 막차를 탔죠. 아니다 다를까 발 디딜틈 없을 정도의 만원지하철이더군요.
당시 제 몸 상태는 금방이라도 지하철 바닥에 무너질 듯 했지요.
하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 빈 자리 만세! 운 좋게 제 앞에 앉는 분이 얼마 안 가 내리시더라구요.
쓰러지듯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습니다. 자리에 앉은 지 5분이 채 되었을까요? 오른쪽 어깨에 뭔가가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조금 더 지나자 느낌으로도 알 수 있는 사람의 머리가 살포시 얹혀지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 입는 한 청년이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었습니다.
머리를 자기쪽으로 가져가길 기대했지만 그 청년은 이미 깊은 잠에 빠졌더군요.
서서히 어깨가 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뒀어요. 일부러 착한 척 하려고? 여자가 아닌 남자이기 때문에?
둘 다 아닙니다.
그 청년의 모습이 마치 제 모습같았기 때문입니다. 낯선 사람일지라도 어깨를 빌릴 수 있다는 것, 또한 빌려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이에요.
오늘 저는 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 어깨에 기대어 좀처럼 흘리지 않는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에게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줄 수만 있다면...
모두들 마감괴물의 인질이 되어 지금 함께 있는 회사 동료들에겐 감히 어깨를 빌려달라는 말을 못 하겠어요.
굳이 제가 아니라도 그들은 충분히 힘들거든요. 이게 우울함이라면 음악의 힘을 빌어 치유할테지만 지금은 우울함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네요.
이런 상태에서 무심히 흘러가는 시계를 흘겨가며 글을 써야하는 제 현실이 너무도 버겁습니다.

조규찬 [몽]이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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