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였어요.
버스 정류장 근처에 떡집, 김밥집, 빵집, 마트가 줄지어 있습니다.
종종거리며 앞만 보고 걷고 있는데 앞에 가는 남자분이 떡집 가판대에 떡을 하나 집어 먹는 거에요.
시식용이 아니라 가게주인도 흠칫 놀란 표정이었고, 저도 놀랐습니다.
그 분은 얼른 떡 하나를 입에 넣고 빠르게 걸어 가시더군요.
그때 그 분의 행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닳아서 지퍼 부근이 찢어진 가방, 계절보다 두툼한 점퍼, 그리고 뒷축이 닳은 구두...
하나 맛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울컥 마음이 아팠습니다.
노동자이신 것 같았어요.
그분의 아침은 얼마나 가볍고, 얼마나 무거운 것일까요.
빈 속을 떡 하나로 달래며 삶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그 분의 어깨를 바라보며 슬펐습니다.
오래 전 이른 새벽 막노동을 나가시던 아빠의 뒷모습이 떠올라서 코끝이 시렸습니다.
힘내세요. 라는 말조차 잔인한 고된 삶을 이겨내고 계신 분들께 이 밤이 위안이 되시길 바라 봅니다.
오늘 하루 고단함 다 내려 놓으시고 편히 쉬시길...
이승환의 '텅빈 마음' 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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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어깨
김은경
2015.09.10
조회 13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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