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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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씁쓸해~!
시스터 삼공이
2015.07.09
조회 49
오늘은 수능시험 127일 전.
일주일 전 부터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과 저녁을 함께 먹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힘겨운 업무에 결혼까지..
힘들어 하던 저에게 기쁨을 주었던 아이들인데, 고3 생활이 힘든지 수능시험일이 가까워져 올 수록 웃음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저도 작은 기쁨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교문을 나서 함께 밥을 먹으러 가는 길..
아는 얼굴이 보입니다..
어깨가 처진 그 녀석을 덥석 잡아 함께 밥을 먹으러 가자고 권했습니다.
계속 걷다보니 아는 얼굴들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마음같아서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수많은 생쥐떼들을 이끌고 가듯, 그 아이들을 모두 끌고 밥집을 습격하고 싶습니다.
그러기엔 턱없이 얇은 제지갑이 슬픕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 하던데로 조금 더 싸고 맛있는 집을 찾아갈 걸..
괜시리 제 형편에 과분한 집을 약속했습니다.
이미 다섯 명으로도 제 지갑은 임계치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과 같이 발걸음을 빨리하여 밥집에 들어갔습니다.
부지런히 주문을 하는데..
녀석들 내일이 모의고사라 스트레스를 받는지 다들 매운 음식을 주문합니다.
저도 과감히 매운맛을 주문해봅니다.
한 입을 먹으니 정신이 바짝나고 두피로 열이 훅~하고 오릅니다.
서로의 음식을 탐하며 이것 저것 맛을 보다 보니 한 시간이 넘었습니다.
다시 야간자율학습을 하러 학교로 돌아가는 길..
녀석들은 여전히 웃음이 없습니다.
말을 시키고 장난을 걸어봐도 반응이 별로 없습니다.
왠지 엄마 품을 떠나려하는 다 큰 자식을 바라보는 허탈함이 느껴집니다.
씁쓸한 기분으로 교무실로 돌아오니, 그새 졸업생이 다녀갔다고 하네요.
약속을 정해놓은 제자가 없었는데..
하면서도 허탈하게 돌아갔을 생각을 하니 미안해집니다.
잠시 미안한 마음을 새길 사이도 없이 상담을 약속했던 학생이 옆자리에 앉습니다.
학업, 연애, 진로, 친구..
화제가 바뀔 수록 이야기는 더욱 진지해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교무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선생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들어보니, 졸업한 남학생이 식혜음료를 들고 서 있습니다.
딱 이주 전에 만나 같이 저녁식사를 했던 제자입니다.
'엉?'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니
'저 내일 군에 입대해요. 인사드리려구요.'
깜짝 놀랐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르다니..
함께 저녁먹으며 웃고 장난쳤던 것이 어제일 같은데..
그 중요한 일을 깜빡했던 자신이 너무 한심합니다.
교무실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한 채 꾸벅 인사하며 시원한 캔을 건네는 그 친구를 보며, 이 인사를 하려고 한참을 기다렸구나라고 깨닫는 순간 심장이 쿡~!합니다.
상담을 끝내고 퇴근하면서 그 제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건강히 다녀와. 신병훈련끝나면 샘 꼭~ 찾아오고.'
'네,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녀석의 목소리 사이사이에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 친구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립니다.
녀석이 진짜 건강하게 잘 다녀왔으면 좋겠습니다.
참, 씁쓸한 밤입니다.
내일이면 군에 입대했을 녀석과 모의고사를 치렀을 고3녀석들을 위해 신청곡 올립니다.
2ne1의 'ug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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