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어제도 야근이라서 오후 3시경 집을 나왔습니다. 어제도 저처럼 근무였던 아들은 오늘 오전이나 되어야 집에 올 듯 싶습니다. 그럼 같이 맛난 외식의 점심이라도 먹어야겠습니다.
출근하여 지하의 경비실에서 근무하다가 오후 8시경 동료 경비원과 교대하여 1층 안내데스크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건물 밖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궁금하기에 나가보니 경찰관 두 명이 출동해 있었고 50대 아줌마는 울고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슨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온 그 50대 아줌마의 안경을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것이었죠. 그러면서 “한두 푼도 아니고 자그마치 35만 원이나 주고 맞춘 안경이니 반드시 찾아 달라!”며 아예 대성통곡까지를 하는 아줌마였습니다.
‘아니! 대체 무슨 안경이기에 35만 원씩이나 한담? 내 안경은 고작 5만 원짜리이거늘.’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혀를 차며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잠시 후 방문 손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출입증을 건네기에 그가 맡긴 신분증을 찾아서 줘야했습니다.
그러나 출입증의 번호가 조그만 까닭에 돋보기를 쓰지 않으면 도무지 파악할 재간이 없었지요. 그래서 제가 돋보기를 찾느라 잠시 버벅거리자 그 손님이 냉큼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80번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제가 노안이라서 잘 안 보여서요.” 젊었을 적엔 저도 시력이 좋았습니다, 양쪽 눈의 시력이 각각 1.5였으니까요. 하지만 세월엔 장사 없다더니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고 보니 시력 또한 시나브로 부실해지고 말았지요.
아무튼 그래서 집에선 보리차 대신에 시력 증강에 효과가 있다는 결명자차를 주로 마시고 있습니다. 울던 아줌마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건물 안이나 밖 역시도 고요한 정적으로 바뀌기에 라디오를 틀었습니다.
그러자 어제는 어버이날 특집답게 어머니와 아버지를 기리고 그리워하는 내용과 문자로 채워져 방송하더군요. 그중엔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산전수전의 지독한 고생을 하시면서도 많은 자식들을 모두 훌륭히 키워낸, 진정 존경스런 어머니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너무 연로하시어 자식들도 못 알아보는 어머니로 인해 가슴이 찢어진다는 부분에선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럼에도 그 눈물은 줄줄 흐르는 것이 아닌, 고작 토안(兔眼)에 불과할 따름이었습니다.
‘토안’은 동물이 눈을 뜨고 자는 현상을 뜻합니다. 또는 사람에게 있어선 각종의 질환 따위로 말미암아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는 상태까지를 의미하죠.
따라서 이런 경우엔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하기 때문에 각막 또는 결막이 건조하게 되어 각막손상과 결막염 등의 증세를 일으키기 십상이죠. 그래서 노출된 눈이 건조해서 나타나게 되는 각막염 또는 결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잠자기 전에 눈에 연고를 넣거나 인공눈물 혹은 안대 등을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 어제 저는 왜 어머니의 감사함을 기리는 애청자의 사연에 ‘진정성 있는’ 눈물 대신에 다분히 ‘가식적인’ 토안의 눈물을, 그것도 찔끔 보였던 것일까요? 그건 저는 엄마의 존재를 도무지 알 수 없는 때문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의 생후 첫돌 즈음에 여읜 어머니이니 왜 안 그러했겠습니까...... 이런 걸 보면 역시나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크다’는 속담이 매우 합당하다는 느낌입니다. 어버이날도 지나갔습니다.
앞으로도 해마다 어버이날은 다시 도래하겠지요. 그렇지만 사진 한 장조차 남기기 않은 매정한 어머니 대신에 저를 친손자 이상으로 길러주신 유모할머니를 더 존경하고 그리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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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보다 할머니
홍경석
2015.05.09
조회 3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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