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되었다는 것은 신학적 개념..
이러한 확신 안에서 성자들은 더할 수 없이 잔혹한 형벌들을 견뎌내는 힘을 길렀다는군요.
선택되는 감정은 예를 들어 모든 연애관계에서도 나타나는데..
그 정의상, 공덕 없이 받는 선물인 까닭이래요.
만약 어떤 이가 내게..
네가 똑똑하기 때문에,
네가 정직하기 때문에,
네가 선물들을 사 주기 때문에,
네가 외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네가 설거지를 해 주기 때문에..너를 사랑해.
라고 말한다면 나는 실망하겠죠.
한편,
네가 똑똑하지도 정직하지도 않고, 비록 네가 거짓말쟁이고, 이기적이고, 개자식이라도 난 널 미치도록 사랑해.
라고 이런말을 한다면 얼마나 듣기 좋겠습니까..
오래전에 읽었던 밀란 쿤데라의 '느림'이란 책을 오늘 아침 꺼내들면서..가슴을 따뜻하게 적셨던 부분이였습니다.
전 항상 제 마음의 잣대에서 누군가를 평가하며 누구는 똑똑하고 정직하고..선물도 잘 사주고 등등으로..이상형이란 단어로 포장 해 버리곤 했었죠.
하지만 지금 저를 사랑 해 주는 그 사람은..
제가 아무것도 해 준 것 없고 그렇다고 똑똑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은데..저를 미친듯이 사랑해 준다니..
공덕없이 선택을 받았다는 기쁨에 순간 울컥하더군요.
이런 생각에 '멍~'하니 우두커니 지하철 한켠에 서 있었는데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던군요.
너희들은 내가 가는 길에 방해가 되니 빨리 비키라는 듯이 가만히 있는 저를 밀쳐버리면서 전진하는데..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그들의 머리속에는 목표를 향해 정류장에 내려서 갈아탈 곳을 계산하고 갈아탈 수 있는 최대한 가까운 지점을 향해 걸을을 빨리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 느림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 해 보게 되었어요.
하지만 저도 이 책의 글귀처럼 시간의 바깥에 있는 엑스터시 상태일지도 몰라요.
저도 모르는 환각상태에서 저들처럼 저렇게 살고 있으지도 모르겠죠..
오늘 아침..이 책을 통해.
생활속에서 잊혀져가는 느림의 즐거움과 공덕없이 선택받은 지금의 일상..에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복이란 역시..작은 생각에서 오는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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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선택의 즐거움<신청곡 : Will Young - Leave Right Now>
최옥림
2003.12.27
조회 119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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