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고 있는 이곳은 고등학교.
3월 개학이 시작된 이후로, 아이들이나 선생님 모두, 낯선 환경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답니다.
저도 지난 주부터 저희 반 아이들과 학기초 상담을 계속하고 있는데, 나눌 이야기는 많은데도 하루가 너무 짧아 아쉽기만 하답니다.
저희 반은 1학년 2반..
한 학급이 28명입니다.
올해 신입생은 출산률이 저조해서 워낙 아이들 수가 적다고 하네요.
덕택에 30명 이하로 학급 인원이 줄어서, 더 많은 상담을, 더 충실히 나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저희 반 한 남학생이 저와 오랜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답니다. 그 학생과 무려 이틀 동안을 상담을 하느라, 다른 학생들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야 했지요.
다른 학생들의 초조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간절한 그 친구의 눈빛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던 저는 그 남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기나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뭔가 알맹이를 잃고 겉도는 느낌에 참 답답했지만 말입니다.
뭔가 마음 속에 담아두기 버거운 비밀을 품고서, 그것을 털어놓기에 적절한 상대인지 아닌지, 담임교사인 저를 살펴보는 모습이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했고 말입니다.
아마도 그 기나긴 상담시간은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어른인 제가 믿을 만한 상대인지 아닌지를 가늠해보는 그 학생만의 탐색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 그 학생의 어머님께 기나긴 문자를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셔서 그 학생이 많이 방황하고 있다고, 사랑과 관심으로 많이 보살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랑으로 보살핌을 받아야 마땅한 아이들이지만,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인데..
어른들이 그들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지 못한다니 말입니다.
오늘도 저는 아이들과 상담을 시작합니다.
상처받은 그 가엾은 영혼들을 넉넉하게 품어줄 수 있는 오늘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와 아이들이 오늘 일정을 끝내고 집에 가는 시간이 되면 윤희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가는 저희들을 위해 이 노래를 신청합니다.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꼬~옥 들려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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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영혼을 위하여...
시스터 삼공이
2015.03.09
조회 99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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