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일 동생의 생일이라서 급하게 편지지를 찾다가 우연히 옛날 공책을 찾게 된 누나입니다. 이 공책이 무엇이냐. 바로 철없던 고2 시절의 일기입니다. 일기를 몇 편을 썼었는데 하나만 남았군요. '2011년 12월 7일 수요일, 오늘 점심시간에 매~우 즐거운 일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이 일기의 내용을 보고 나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그 때 상황을 풀어볼까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 점심시간,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은 늘 학생들의 밥에 대한 열기로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하나 둘 점심을 먹고 따뜻한 교실로 돌아오고 있었지요. 이 때, 갑자기 한 아이가 야릇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주변 아이들과 쑥덕쑥덕 하더니 실내화 주머니 속의 줄넘기와 자신이 신고 있던 실내화를 벗더니 줄넘기 끝에 실내화를 묶기 시작했습니다. 그 옆의 한 아이는 쪽지에 무언가를 급히 휘갈겨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실내화에 쪽지를 담아서 그 실내화를 창문을 통해 아래로 내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저희는 4층! 한 층 아래인 3층에는 2-5반이 있었습니다. 쪽지 내용은........"우리 잘생겼음. 너네 얼마나 이쁨?"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실내화 헌팅입니다. "짱이쁨"이라는 답장이 실내화에 담겨져 올라오고 우리는 그 당시 최고의 미남이라 불리던 이들의 이름을 모두 적어 내려보냈습니다. 그들 역시 당대 최고의 미녀들의 이름들을 줄줄이 적어 올려 보냈지요. 거짓말 하지 말라는 둥, 진짜냐는 둥 몇번의 쪽지가 오고갔습니다. 여기서 결정타 "지금 만나러 갑니다." 결국 우리반 남자 아이들은 모두들 어깨에 손을 올려 인간 기차를 만든 후 우리 반에서 부터 2-5반까지 갔습니다. "이번 정류장은 5반, 5반. 내리실 문은 뒷문입니다. 모두들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훗날 들어보니 우리반 남자애들은 2-5반의 여자아이들과 아주 친해졌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제가 아래층까지 내려가서 얼굴을 들이밀 숫기가 없었기에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완벽히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반 아이들의 단합력과 우리의 장난을 다 받아준 아래 층의 넓은 아량이 아닐까요? 솔직히 쪽지에는 고2 만의 한글 파괴가 많이 쓰여있었고 협박도 쓰여있었지만 그걸 적었다간....안될 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즐거운 밤 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주무세요.
신청곡 : 이선희 -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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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2
최민경
2015.01.23
조회 7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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