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곡: 임창정의 오해]
때는 2014년 12월 31일 갑오년 끝자락 밤,
연말 분위기에 한껏 취하려고 친구의 애인을 만나
셋이서 술을 진탕 마셨다.
두 번째 보는 자리라 애인과의 어색함은 이미 사라져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보따리까지 풀코스로 풀어놓았다.
내 친구가 운전으로 인해 술을 못 마셔,
대신 내가 폭주기관차가 되어 곤드레만드레 취했다.
그러다보니 친구의 예전 과거사, 나의 못난 과거사,
그리고 우리 죽마고우들의 웃지 못 할 과거사의 흔적들이
내 입을 통해서 내뱉어졌다.
그럼에도 당시엔 그 친구 애인인 그녀도 함께 웃으며
내 이야기에 장단까지 맞춰 흥을 돋았다.
문제는 그 다음날에 벌어졌다.
술이 떡이 되어 오후 늦게 일어난 나는,
카톡 메시지를 보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친구가 보낸 메시지엔, 어제 내가 주저리주저리 했던
시시콜콜한 과거사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무심코 뱉은 단어 한 마디 한 마디까지, 세심히 기록을 해서 보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단락에서 내 오랜 친구는,
너로 인해 내 소중한 여친께서 어제 집에 돌아가는 내내 말 한 마디 없었고,
이튿날 현재까지 연락두절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아, 지금 연락 왔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라고!
친구는
“이게 바로, 네가 어제 막 취해서 떠든 결과의 말로다. 너란 놈은 참...
이게 내가 주는 마지막 충고다. 입 조심해라. 술 조심해라.
네가 가볍게 농으로 던진 한 마디가 나에겐 인격살인이 됐다. 그만하자!”라며
분노를 토해 냈다.
단 하루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단 몇 시간 사이에 내가 그토록 많은 말로 그녀의 마음의 생채기를 남긴 것일까.
한 참을 충격 속에 앉아 멍을 때렸다.
가슴이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죽을 것만 같았다.
처음 친구와 그녀를 만났을 때, 둘은 정말로 좋아하고 있음을 느꼈다.
둘은 소개로 만난 지 3주밖에 안되었었지만, 벌써 가족이야기까지 진도가 나가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챙겨주고 위해주는 모습에 더 없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하루아침에 나의 쓸데없는 주사로 인해 그렇게 좋은 사이가 둘로 쪼개지다니.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가 뭐라고. 나 같은 하찮은 놈이 뭐라고 둘 사이에 이런 큰 훼방꾼이 되다니.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녀는 어떤 말로 상처를 입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이야기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느낌이다.
아마도 과거사 중에서 친구의 다른 여자, 음주 습관, 나쁜 추억들의 이야기가
그녀로 하여금 충격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그날이 너무 후회된다.
내 사소한 말장난 같은 추억담으로 소중한 연인 사이를 무지막지하게 깨버렸으니.
내 소중한 친구 조 군. 그리고 애인 M님.
되돌릴 수 없는 실수로 인해 소중한 사이가 끝나버린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까요.
지금 심경엔 3천배라도 해드리고 싶습니다.
본의 아니게 응원을 해드리려 나간 자리가, 대박이 아닌 쪽박 자리가 되었으니...
다시 한 번 이 사죄의 편지를 통해 거듭 미안한 마음 전합니다.
친구가 받았을 상처, 애인님이 받았을 상처 모두 안고 가겠습니다.
부디 이 미천한 친구의 실수, 너그럽게 헤아려주시어
두 분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만남이 다시 한 번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옵니다.
“추억은 추억일 뿐, 오해하지 말았으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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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다’
이정민
2015.01.02
조회 4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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