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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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 원정기
김재연
2014.11.22
조회 78


안녕하세요

꿔다놓은 보릿자루... 경남 창원에 품절남 입니다

12월 7일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구매확정이 안돼서 힘들어 하던 끝에 사연을 남깁니다

결혼을 발표하기 전까지 주변인들이 저보다 우려가 더 많았던듯 같습니다



"여자친구가 빵 만들어주던 그 여자친구 맞지?" 를 청첩장 건네줄때마다 물어봅니다

가끔씩 한가득 만들어와 나눠먹던 빵이 줄어든 탓일까요?



그리고 알면서도 물어보고 기가 막혀 한번 더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몇살차이 난다고? 7살? 8살? 9살?"



쾌적하게 잘 돌던 에어컨에서 갑자기 끈적하고 후끈한 바람이 나오는것 같습니다

10살 어린 여친을 데려가는 암묵적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저는 도둑놈 입니다



여자는 아무것도 모를때 데려가야한다고 자기네들이 그랬으면서 ㅋㅋ


제 여친은 23살 풋풋한 빵쟁이 입니다
현재는 다이어트 한다고 뜨게질하면서 사과만 파먹는 초식동물이 되었지만,
심심할때면 빵을 구워 나눠먹는 재미에 볼살이 터질듯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부산에는 맛있다는 빵집이 꽤나 많아서 틈틈히 찾아갈 만큼 빵쟁이였는데
결혼을 앞둔 신부가 되더니 몸매도 여리여리해졌네요



옛날 청주에 개인베이커리에서 2년정도 일할때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새벽6시면 공장으로 나가야하고 더 일찍 나가는 날도 다반사 였습니다
그리 커보이지 않은 작은 빵집도 일하는 직원수를 알고나서 깜짝 놀랐네요
해뜨기전에 가서 해가지면 들어옵니다
햇볓을 볼 틈이 없어서 그런지 타고난 멜라닌색소때문인지 얼굴도 밀가루 마냥 뽀얗습니다
하지만 손,팔뚝은 항상 굳은살이 박혀 뻣뻣했었고 날카로운것
뜨거운것에 하루건너 하루는 항상 새로운 상처가 있었죠
옷은 땀때문에 색이 바랠 정도더군요

카운터에서 얌전하게 커피 내리고 계산만 하는 점원만 본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세계입니다
그렇게 청주에서 일을 시작해 고생을 많이 하다가 제가 막무가네로 창원쪽에 집을 사고나서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주방일이 남자들에게도 힘든 분야인데 그만큼 버틴것도 대단한 것 같네요
10년은 일해야 분야에 전문가가 됀다지만 저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창원에 내려와서도 개인베이커리에서 일을 조금 했었는데
이때부터 저는 가내 수공업 제빵공장의 수혜자가 돼었죠
퇴근시간에 딱 맞춰 거실에서 빵이며 케이크가 구워져 나왔습니다
크라상 식빵 바게트 쿠키부터 타르트, 꽃모양 케익 까지..
밍숭맹숭해서 싫어했던 바게트가 맛있어지더군요
새로운 맛을 알고난ㄷ 여친님은 더맛있는 바게트를 배우기 위해 창원에서 서울 그 먼길을 오르내렸었죠
연애할때 제가 창원과 대전을 오르내렸었는데 여친이 똑같이 따라합니다
그러다보니 바게트에 빠져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밥보다 많이 먹기도 하고요..

주변 사람들이 가끔씩 물어옵니다
베이커리 일 안하냐고 하시네요 ㅎㅎㅎ

요즘은 폭풍 뜨개질로 목도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덕분에 겨울은 따뜻하게 날 듯 합니다
주방일을 안하니 손이 보들보들하고 손톱도 반듯하게 새로 나고있어서
저는 뜨게질하는 지금이 더 좋아요
손톱밑에 검게 피멍든 자국이 손가락 끝으로 점점 밀려가고 있습니다
다내려가서 손톱 깍으려면 얼마나 걸릴지ㅎㅎ


얼마남지 않은 결혼날까지 준비할께 많다보니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이것저것 준비해야할게 있다보니 별것 아닌일에도
짜증을 좀 내게 되네요
쇼핑에 따라다니면서 얼마나 피곤하던지..
몇일지나서 속상하고 맘에 안들었던걸 뜨게질 하면서 잔잔히 얘기해줍니다
좋고 싫음을 맘속에 담아두지 않고 시간이 지나 천천히 썰을 풀어내는데 이런거 참 좋은거 같습니다
걸핏하면 내 어디가 좋길래 만나냐고 그러고 다 알고있다고
그러는데
알기는 뭘 압니까 ㅋㅋㅋ


요즘들어 손이 심심한지 요리를 곧 잘 해줍니다
어떻게 이런것도 만들 줄 아냐고 물어보면
그냥 인터넷이 알려줬다고 그럽니다

저는 메뉴얼 보고도 잘 안되는게 많은데.. 참 신기합니다
쭈꾸미 볶음을 만들면서 수시로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뭐하냐고 물어봅니다
자꾸 힐끗힐끗 보는거 같은게 웬지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뭘 먹었는지 촉이 되게 좋습니다

걸려서 민망하기전에 결론을 얼른 짓고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지니쨔응~ 오라방이 많이 많이 사랑한다는~

신청곡 : Taylor Swift - The Last Time 박효신 - 눈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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