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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과 양아치
홍경석
2014.10.22
조회 54
지난 주 토요일 아들의 집들이에 다녀왔습니다. 총각임에도 어느새 ‘자기 집’을 장만한 대단한 아들이죠. 때문에 비록 건강이 안 좋은 까닭에 동행친 못 하였으되 아내는 처가에 간 김에 아들자랑을 그야말로 뻑적지근하게 한 모양입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아들만큼은 잘 낳았지, 암~!” 이날 마찬가지로 처가에 왔다던 처조카, 그러니까 아들보다 한 살이 연상인 녀석으로부터 카톡 문자가 온 것은 어제 오후였습니다. “고모부~ 00(아들 이름)이 이사했다는데 가보지는 못 하지만 뭐라도 사서 보내려고 하는데 주소 아세요?”
아들 주소를 아빠가 모를 턱이 있나? 하여 냉큼 아들의 주소를 알려주면서 다음과 같은 문자 답신을 보냈지요. “와~ 의리 있네! 하여간 고마워! 복 받을 껴. ^^” 데릴사위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오래 전 처가에서 잠시 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들은 세 살이었고 처조카는 네 살이었죠. 헌데 녀석은 툭하면 제 아들을 두들겨 팼습니다. “니네 집으로 얼른 가!”라면서 말입니다. 때문에 저에게 많이 혼났는데 그러나 그건 지엽적인 적이었고, 속내로는 그 녀석 또한 저의 또 다른 딸이란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지요.
왜냐면 부모가 다 있는 제 아들과 달리 녀석은 엄마가 부재(不在)한, 그래서 가련한 녀석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 아는 바와 마찬가지로 유년기의 엄마 부재는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저 역시 생후 백 일 여 만에 어머니를 잃은 터인지라 그런 안 좋은 경험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죠.
여하튼 때문에 녀석은 저의 딸이란 생각으로 퍽이나 귀여워해 주었는데 이젠 남의 부인이 된 외에도 네 살이나 된 딸을 둔 엄마까지 되었습니다. 청소년기 시절, 잠시 일탈하여 소위 ‘건달 밥’을 좀 먹어봤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건달(乾達)은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짓. 또는 그런 사람 외에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난봉을 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이란 뜻을 지니고 있죠. 그러나 주먹께나 쓰는 이 역시도 ‘건달’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이른바 ‘건달’이라고 한다면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바로 ‘양아치’입니다. 이는 물론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에 그런 것이죠.
어쨌든 그 즈음에 터득한 것이 바로 “의리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 더욱이 남아라면 더더욱이나!” 라는 사실의 발견과 실천이었습니다. 내일은 아들에게 새로 사서 세탁까지 마친 이부자리를 택배로 보낼 겁니다.
처조카는 무얼 사서 보낼지 모르겠지만 아들의 입장에선 분명 고맙고 반가운 선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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