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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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않을 수많은 순간들에 대하여
서효일
2014.10.13
조회 71
다시 오지 않을 수많은 순간들에 대하여


지금처럼 잠이 오거나 혹은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당장 지금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다. 그 강렬한 기억은 언제 떠올리더라도 생생하게 내 눈앞에 그려진다. 그 당시에 내가 바라보던 장면, 그 때의 공기, 냄새, 소리 그리고 피부에 와 닿는 그 강렬한 기운들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에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뒤돌아보니 생생하게 남아있는 그 순간들, 생애 잊지 못할 한 시간일 것이라 생각했던 순간들, 잊지 않아야지 하며 하나하나 담아두려 했던 순간들 까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 순간들 덕분에 단 하루라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
내게 있어서 대성산에서의 22개월의 시간과 상해에서의 10달의 시간은 내 삶을 무척 풍요롭게 만든다. 그 때의 순간순간들이 불현 듯 내 눈앞을 지나쳐 가거나, 누군가의 이야기, 어떤 사진, 영화 그리고 음악에서 튀어나와서 날 미소 짓게 한다. 물론 그 순간들이 늘 행복했다거나 늘 좋기만 했던 것은 분명 아니지만, 시간의 힘으로 좋지 않았던 시간들마저 아름답게 포장하여 내게 보여준다. 그 한 장면의 순간이 다른 순간들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 순간순간들이 모여서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내 머릿속을 흘러간다. 그럼 나는 현재의 시간을 잠시 놓아두고 내 머릿속에 흐르는 흐름에 시간을 맞춘다. 한 특별한 순간이 불러일으킨 한 편의 영화에서 특별하지 않았던 순간들 까지도 아름답게 꾸며준다. 아무 특별한 일 없이 그저 날씨가 좋아 거닐던 그 시간, 햇살이 따스해 선글라스를 끼고 등교를 하던 그 시간,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친구와 무언가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하던 시간들까지 그 영화 속에서 너무나 찬란하게 빛이 난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 그리고 지금 쓰는 와중에도 생각나는 한 순간이 있다. 내가 대성산에서 군 생활을 할 무렵, 웬일인지 그 날은 새벽이 되어도 잠이 오질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더 맑았었다. 그렇게 새벽 내도록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바람을 쐬러 바깥으로 나갔는데, 그 때 내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맞이했다. 당시의 내 표현을 빌리자면 그때 난 신을 보았다. 너무나도 맑은 하늘에 산봉우리들 사이에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는데, 그 때 하늘의 색이 층층이 수도 없이 서로 다른 색들로 물들어 있었고 그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지금도 몸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장면을 보고는 정말 신이 있다면, 신을 만난다면 지금의 느낌과 같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우연히, 그러나 운명처럼 맞이한 그 순간이 내 군인 시절의 시간 전체를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 그 몇 분 안 되는 짧은 순간이 내 스스로 내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 믿게 만들어 주었다.

잊지 못할 순간순간들 덕분에 추억에 잠기고, 과거의 시간들이 아름답게 포장되고, 지금의 힘든 시간을 이겨낼 힘이 난다. 그 순간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기에, 매 순간을 헛되이 여길 수 없고, 나와 연 닿는 그 어떤 사람도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의 이 순간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아름다운 지금의 순간을 놓치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 삽입곡 '지금 이 순간'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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