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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가 좋은 이유
홍경석
2014.10.13
조회 74
경비원과 야근(夜勤)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어떤 긴밀함을 내재하고 있다. 아울러 힘이 드는 건 물론이거니와 자객처럼 찾아오는 졸음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다. 그렇지만 매사가 그러하듯 이 힘든 야근을 긍정의 항구로 예인하고 더불어 야근을 즐기려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그리 힘들지 않음은 물론이다.
언젠가 방송의 광고에서 유명 연예인이 나와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고 하여 단박 유행어로 등극한 적이 있었다. 때문에 이를 차용한 것이 바로 이 글의 주를 이루는‘니들이 야근 맛을 알아?’인 것이다.
우선 한 달에 열흘 정도 찾아오는 야근을 하자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집의 냉장고를 열어 냉동된 밥을 준비한다. 그건 야근을 하면서 경비실에 있는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어야 하기에 빠뜨리면 안 된다.
다음으론 반찬인 김치와 김도 준비한다. 졸음을 쫓기 위한 봉지커피도 지참한다. 이윽고 출근하여 야근이 시작되는 건 오후 5시 반부터이다. 직원들과 기타 입주사 직원들은 18시경부터 썰물 빠지듯 회사 건물을 나간다.
그리고 찾아오는 건 당연히 심야(深夜)이자 또한 정적(靜寂)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심심하지 않다. 이는 라디오가 친구로 위안을 해 주는 때문이다. 특히나 감미로운 재즈 등의 잔잔한 음악은 힐링의 세계로 인도하는 안락한 열차에 다름 아니다.
2명이 같이 근무하는 경비원의 야근은 통상 22시 반과 이튿날 새벽 2시 반에 교대를 한다. 그리고 잠시 눈을 붙이는데 그러나 항상 긴장하여야 하는 까닭에 숙면(熟眠)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여하튼 그리 하고 다시 교대를 하는 시간은 02시 30분과 06시 즈음인데 미리 일어나지 않으면 기분 좋은 샤워를 할 수 없기에 서둘러야 옳다. 아무리 피곤하고 짜증이 나더라도 그렇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서 면도에 이어 머리까지 감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어 비교적 고가의 스킨과 로션 화장품으로 얼굴까지 매만지노라면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새삼 새록새록해진다. 그렇게 상쾌한 기분으로 교대를 하면 조간신문이 배달되어져 있는데 그걸 꼭두새벽부터 읽는 맛도 쏠쏠하기 짝이 없다.
아울러 출근 전 집에서 챙겨온 책을 펼쳐 읽노라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진즉 이렇게 공불 했더라면 나는 분명 벌써 판검사가 됐을 껴~ (^^;)’
어쨌거나 야근을 하면서 나와 또 다른 짝꿍이 되는 ‘다섯 녀석’, 즉 냉동된 밥과 김치, 그리고 봉지커피에 이어 라디오와 책은 어떤 오위일체(五位一體)로써 나의 고달픈 야근을 좀 더 쉽게 해주는 동맹군(同盟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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