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란 것은 누구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결혼 6년만의 첫 임신.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아이였던지라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 쉽게 실감나지 않았고,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하고 감사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일찌감치 찾아온 입덧으로 음식을 잘 먹지 못해 일주일에 3kg이 빠졌지만, 몸 속 깊은 곳에 작고도 동그랗게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고 있는
그 생명이 너무 기특해서 저 역시 더욱 기운을 낼 수 있었습니다.
남편의 생일날 들려주었던 쿵쾅쿵쾅 힘찬 심장소리는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큰 선물이자 뭉클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시작된 하혈로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막연하고도 두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함 끝에 찾아온 7주차 자연 유산...
우리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기에 상처나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으려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꿋꿋하게 담담하게 그렇게 떠나보냈는데,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 그 때의 기억이 문득문득 저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유산의 정확한 이유를 알 수가 없기에 그저 몸과 마음의 상처가 잘 아물고, 시간이 지나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길 기다려야겠지요.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을 테니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희망이 찾아와주길 기다려야겠지요.
긴 꿈을 꾸었습니다.
처음 본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불빛에 수없이 다시 비춰보고,
축하 꽃다발과 케이크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어두었던...
예쁜 앨범에 초음파 사진을 붙이고 남편과 함께 꾸미면서도
너무 설레발치면 안될까봐 지어놓은 태명 한번 마음껏 부르지 못했던...
떠나보내고 난 그 밤,거짓말처럼 입덧이 사라지면서
그간 참아왔던 배고픔에 참 맛있게도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던
그 설레고도 가슴 먹먹했던 한 여름날의 꿈이 아련히 사라져갑니다.
그리고 꾸역꾸역... 시간이 흘러갑니다.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가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신청곡 : 곽진언, 김필의 ‘걱정말아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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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꿈
최영화
2014.10.06
조회 7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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