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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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치환의 노하우
홍경석
2014.09.23
조회 82

어제도 야근이었다. 야근은 오후 4시 반까지 출근하면 된다. 따라서 어젠 아침을 먹고 투잡을 하는 곳으로 ‘출근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일을 했지만 수입은 전무했다.

투잡을 하는 곳은 능력급 지급 형태라서 종종 그런 일이 발생한다. 아무튼 오히려 점심 값만 나갔다. 점심도 혼자 나가서 먹는다는 건 어쩐지 좀스럽다 싶어 같은 사무실의 미스 리와 같이 식당에 간 때문이다.

오후 4시가 가깝기에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그렇지만 투잡을 나와서까지 수익(收益)을 내지 못 한 내 얼굴엔 못내 어두운 그늘이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출근을 하던 중 전화가 와서 받으니 예전 같은 직장서 일했던 선배님이었다.

건강이 악화되어 그 좋아했던 술과 담배까지 끊었다는 선배님의 근황은 여전하다고 했다. “...... 다음 달엔 우리 모처럼 만나서 밥이라도 한 끼 같이 먹자구요.” “그러자구~”

회사에 도착하니 내가 출근해야만 비로소 퇴근할 수 있는 동료 경비원이 눈이 빠져라 날 기다리고 있었다. 헌데 경비실의 내부(탈의실 겸 방의 구조임)엔 그의 아내가 의자에 앉았다가 꾸벅 인사를 했다.

“홍 형, 인사하세요. 우리 마누라요.” 처음 보는 이였지만 예의가 깍듯하여 더 고와보였다. “아, 그러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두 분이 어디 여행이라도 가시려고요?”

“아닙니다, 모처럼 같이 장을 봐서 맛난 것 좀 사다 먹으려고요.” “그럼 제게 전화를 하셨으면 좀 더 일찍 나왔을 텐데요!” 그들이 떠나고 난 뒤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야근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짬짬이 지참한 월간지를 보자니 투고한 독자들의 구구절절 사연들이 심금(心琴)을 울리게 했다. 그러한 ‘악조건’들은 덩달아 나로 하여금 어쨌거나 나는 다행이란 일기를 쓰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어제 비록 투잡을 했음에도 돈은 못 벌었으되 오늘 다시 또 투잡을 나가 벌 수 있을 것도 같으니 그래서 다행이다... 고삭부리인 아내는 몰라도 가장인 나는 그래도 안 아프니 다행이다...

박봉이긴 하지만 경비원 일이라도 하여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글재주가 있어 시민(객원)기자로 글(사연)을 써 또 다른 투잡의 원고료를 벌 수 있으니 이 역시 다행이다...

끝으로 동창회에 가면 역시나 인기가 식지 않고 있으니 이 또한 어찌 다행이라 아니할 수 있으랴. 다행(多幸)은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음’을 뜻하지만 그 반대선상엔 불행(不幸)이 포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거하여 내 맘을 스스로 긍정의 간이역으로 이동한다면 불행 또한 다행으로 거뜬히 치환(置換)할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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