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향기가 창문 틈으로 넘어 든다
무슨 일이지? 하고 창 밖을 내다보니
앞집, 옆집, 그 옆집 앞집 이접 저집
잔디를 깎느라고 한창이다
아 그렇지? 우리집도 잔디 깎아야 하는데 하는 내 말에
남편은 무슨 잔디가 빨리도 자란다니? 하며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난 잡초라도 뽑아 주겠다며
긴 셔츠를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자외선 어쩌고 중얼거리며 선글라스까지 챙겼다
호미를 들고 잡초를 뽑는데
이게 너무 질겨서 질경이라고 하나보다
뿌리가 어찌나 깊은지 민들레는 아무리 뽑아도 또 나오고
다른집 잔디는 푸른 빛이 도는데
우리집은 절반이 토끼풀 밭이다
잡초를 뽑고 화단에 물을 주고 나니 내 할일은 금세 끝나버렸다
매 주말마다 남편과 나는 집 주변 정리하느라고 쉴 틈이 없다
일주일치 장도 보러 가야 하는데
오죽하면 제발 주말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뒹굴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기만 하다
그래도 올해는 시범으로 심어 놓은 오이와
가지도 열리고 고추가 주렁주렁 열리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런 낙이라도 없었으면 하며 웃어 본다
앞 마당에서는 큰 아들이 뒷 마당에서는 남편이
열심히 잔디를 깎았다
섬머 타임 기간이라서 저녁 7시가 대낮 처럼 환하다
이제 겨우 해가 지는 시간인데 자외선은 여전히 뜨거웁고
새로 깎아 놓은 잔디밭에 어느새 새들이 놀러오기 시작했다
뭐라도 먹을것이 있나 싶은가 보다
남편과 아들을 위해 블루베리와 얼음 우유 설탕을 넣고
믹서기에 갈았다
보랏빛 블루베리 주스가 너무 예뻐서 이걸 어떻게 마시라고 하지?
구경이나 하라고 할까? ㅎㅎ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아.. 시원하다 한다
두어 시간 지나니 해가 뉘엿뉘엿 하늘 전체가 노을로 물들었다
풀향기는 온 집안에 가득하고
늦은 저녁을 먹고 베란다 밖으로 나가니
어느새 반딧불이 반짝반짝 하늘의 별은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저어기 북두칠성 카시오페 하며
아들이 손짓을 한다
사는것 뭐 별거드냐?
이건 것이 행복이지 그래서 마음도 즐거운게지..
-메릴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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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명희
2014.07.14
조회 17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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