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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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게 되면
문민우
2014.06.03
조회 314
21살 풋풋한 사회 초년생 J가 어느 날 갑자기 서른으로 접어든 내 품으로 들어왔다. ‘이게 정녕 꿈은 아니겠지……

“박과장님! 저 애인 생긴것 같아요^^ ~~”

직급은 나보다 위였지만 서로 다른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고, 동갑인데다 객지 생활을 하던 탓에 평소 친구처럼 의지하며 가깝게 지내던 박과장님께 아이처럼 자랑질을 해댔다. 늘 주변에 있었지만 한번도 여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단지 친구 같이 편안했던 박과장님!!!

“예???? 9살 차이? 도대체 어찌했길래 그 어린 친구가 넘어왔어요?”
늘 자상하게 챙겨줬던 것처럼 박과장님은 그 날도 이러쿵 저러쿵 훈수를 두며 언제 한번 J얼굴 보여달라고 했다. “네 알겠습니다. 제일 먼저 과장님께 인사시켜 드릴게요. 근데 저는 이제 주말마다 바빠서 과장님이랑 놀 시간 없는데 서운해 하시면 안돼요 아셨죠?”
“성훈씨~ 앞으로 저 없어도 주말마다 과장님 잘 보필 해 줄 거죠?”
집에 가지 않는 주말이면 늘 3총사처럼 함께 어울렸던 룸메이트 성훈씨에게 떠 넘기듯 박과장님을 부탁했다.

새 봄과 더불어 꿈 같은 날들이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 주말 J가 직장 근처에 놀러 왔고 그때 과장님과 성훈씨에게 J를 소개시켰다. 과장님은 J에게 나에 대한 폭풍 칭찬을 늘어 놓으며 잘 되길 기원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훈씨도 썸녀가 생겼고 박과장님의 소개팅 횟수는 점점 늘어갔다.

“과장님 이번엔 어떠셨어요?”
“에고… 말도 마세요. 어찌나 돈 냄새를 풍기며 거들먹거리는지……”
그렇게 박과장님이 맞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지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난 J에게 이별을 고해야만 했고, 성훈씨는 썸녀와의 밀당이 착착 진행중 이어서 과장님과 나 둘만 만나는 시간이 늘어갔다. 물론 처음에는 좀 어색했다. 그런데 참 이상 한 게 어느 순간 어색함은 편안함으로 변해 셋이 만날 때는 하지 못했던 가슴속 말들이 자연스레 오가며 박과장님의 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성품과 가치관이 바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그 사람에게서는 뭔가 독특한 향기가 났다. 어떨땐 그윽한 묵향이…. 어떨때는 상쾌한 아카시아 향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사람의 인연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내게 꼭 끼워 맞춘 듯한 상대를 찾는 게 아니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부딪치며 서로에게 맞춰 가는 거… 1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박과장님은 사랑스런 나의 아내가 되었다. 남자처럼 씩씩 해도, 지나치게 똑똑해도 그리고 묵향과 아카시아 향을 동시에 품어내도 이 여자는 왠지 어리버리 해서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늘 있었기에,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지금은 우리를 닮은 두 딸과 함께 알콩달콩 살고 있다. 뭐… 가끔 우리의 사랑싸움에 J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때 그 어린 친구랑 잘 됐으면 좋았을 걸 안됐네!”, “에고 또 시작이다! 그 친구가 얼마나 여성스럽고 귀여웠는데…… 당신처럼 싸움 같은 건 할 줄도 모를걸”
나는 나대로 댓구 하지만 실은 그런 아내가 귀엽다. 사랑스런 두 아이를 낳아주고 편안한 가정을 만들어준 나의 아내…… 엄마 된 걸 출세했다고 말하며 소박한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썸녀 까지도 응원을 해준 그 넓은 마음에 늘 감사한다. 사랑한다.

신청곡: 그시절 아내가 좋아했던 안치환의 사랑하게 되면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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