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8년 전에 가르쳤던 두 녀석이 머나먼 길을 찾아 왔습니다.
녀석들을 졸업시킨 이후에 학교를 두 곳이나 바꾸었습니다.
녀석들 중, 제일 먼저 저에게 연락을 주었던 한 녀석이 난리법석입니다.
요즘 세상에 카톡도 안되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선생님을 검색해도 아무런 내용이 없으니.. 선생님 찾아오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시대 흐름에 제발 발 좀 맞추어가시라고.. 그래도 꼭 뵙고 싶었다고...
어떻게 저를 찾아왔는지.. 그 노력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아 참 대견하고 맘이 막 벅차오르고 그렇습니다.
그 녀석, 고 3때 정신을 못차리고 축구와 장난질에 열과 성을 다하기에 엄청 혼쭐을 낸 적이 있었습니다. 하필 그때 학교에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던 녀석 어머님께서 그 장면을 목격하시고 눈물짓고 돌아가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녀석은 그 사건 이후로 대오각성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주었답니다. 그러더니 결국은 대기업에 취업을 앞두고 옛 스승님이라고 절 찾아왔네요.
살다보니 그 때 선생님 심정이 어땠는지 알 것 같다고.. 수당을 따로 더 받는 것도 아닌데 휴일도 반납해가며 자신들을 지도했던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또 한 녀석은 수업시간에 내내 잠에 취해있던 녀석이었습니다. 항상 멍한 눈빛에, 저도 졸음에 취해버릴 정도로 찐한 수면향기를 풍기고 다니던 녀석이었는데, 하~ 녀석 나이 스물일곱에 젖살도 빠지고, 눈빛도 명료해지고.. 여의도 빌딩 숲에 있는 기업에 취업해서 신입사원으로 한참 일을 배우고 있다고 하는데.. 훈남이 따로 없네요. 딸이라도 있으면 얼른 내어주고 싶을 정도로 말쑥한 신사가 되었습니다.
한참 안부를 주고 받다보니 결국, 두 녀석 모두 제 귀에 대고 신세한탄을 합니다. 취업만 하면 다 끝일 줄 알았는데, 막상 입사를 하니 배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나요. 그런데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모습조차도 왜 그리 의젓하고 기특해보이는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런 불투명함은 참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참 따뜻하고 충만한 하루입니다.
신청곡은 아이유의 '너의 의미'.. 꼭 들려 주실거죠~?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에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마음이 참 따뜻한 하루입니다~*^^*~!!
시스터 삼공이
2014.06.03
조회 151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