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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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출생 사건~
시스터 삼공이
2014.05.23
조회 284
삐~약 삐~약~~ 삐~약 삐~약~~~
복도를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여리지만 생기넘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이건 뭘까~?하는 호기심이 생겼지만, 수업이 바빠 교실로 향했습니다.
6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 우리반 아이들이 준비실로 달려갑니다.
너무 궁금해 이진이를 잡고 물었습니다.
어디 가는거야~?
샘~ 병아리들이 부화되고 있어요~!
저도 같이 준비실로 달려갔습니다.
바닥에 큰 종이박스가 놓여져 있고 세 개의 조명등이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병아리 한 마리가 털을 말리며 삐~약거리고 있습니다.
과학동아리 녀석들이 그 박스를 빙~ 둘러싸고 제일 먼저 부화에 성공한 병아리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얘들아, 얘가 병아리 일호니~? 아직 이호, 삼호는 탄생 안한거야~?
저기~ 부화기 안에 깨어나고 있는 얘들이 아직 많이 있어요.
과연 한쪽 구석에선 한 여학생이 부화기 안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생명의 탄생이 너무 신기해서 저도 같이 부화기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열 댓개의 알들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꿈틀 꿈틀 움직여대는 것이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어떤 것은 조그만 부리가 껍질을 막 쪼아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반쯤 껍질을 탈출했지만, 힘없이 늘어친 채, 가끔 온 힘을 모아 발차기로 껍질을 깨뜨리려는 병아리였습니다.
곁에 있는 여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얘는 왜 이러는 거야~?
7시간 동안 껍질을 깨고 있어요. 기운이 없나봐요.
한 녀석이 곁에서 이야기를 돕습니다.
얘는 아무래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첫번째 녀석은 한 시간만에 성공했거든요.
또 다른 녀석이 얘길 합니다.
아니야, 보통 알에서 깨어나는데 14시간이 걸린다고 했어. 기다려 봐야해.
또 다른 녀석이 얘길 합니다.
이 껍질 우리가 깨뜨려주면 안될까?
또 다른 녀석이 얘길 합니다.
안돼~ 사람이 개입하면 면역에 문제가 생긴데~ 스스로 하게 놔둬~

야속하게 쉬는 시간은 가 버리고...
다음 수업이 있던 저는 병아리 이호가 껍질을 깨버리고 탈출에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 볼수는 없었습니다.
병아리들의 탄생과정을 지켜보며 영상을 촬영하던 아이들에게 부탁을 남겼습니다.
애들아, 한 마리도 죽지않게 잘 지켜봐줘~!!

하루가 지났고, 저는 우연히 한 남학생이 종이에 병아리 사체를 싸서 소중히 들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재야! 어제 이호 병아리가 결국 그렇게 된거야?
아니오, 샘. 그 녀석은 지금 씩씩하게 잘 살고 있어요.
몇 마리나 성공했어?
지금까지 네 마리요.
그래~ 마지막까지 화이팅~!

누군가는 껍질을 깨고 삶을 쟁취하는 것에 성공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실패하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는 껍질을 깨고 진정한 자신을 찾는 데 짧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서로 다 다른 것이 인생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할 수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그 과정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삐약~거리는 작은 생명들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한 주였습니다.
신청곡은 여행스케치의 별이진다네.. 신청합니다.
오랜 만에 개구리 소리가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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