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쓰는 편지
벚꽃이 흐드러져 봄인가 싶더니, 벌써 벚꽃이 떨어지며 바람에 흩날리고 있어. 봄은 보고 느끼기 어려워지지만 그럴수록 더욱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몇일전 영상통화를 하며 보던 너의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우리 학교에 흐드러진 벚꽃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어. 그날 난 손바닥 두세개 만한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뻔 했지만 넌 과제한다고 몰랐겠지?
네가 비행기를 타고 대만으로 간 지 벌써 두 달이 다되어 가네. 벌써 두 달인지, 아직 두 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은 묵묵히 흘러가네. 보고 싶다. 너에게 편지를 쓰려고 몇 번이나 펜을 들었지만, 널 떠올리면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 줄도 써내려가지 못했어. 오늘은 이상하게도 널 떠올리며 편지를 써도 가슴이 먹먹하지가 않아. 햇볕은 뜨겁고, 사람들은 겨울 내 움츠렸던 몸을 움직이고, 장롱 속에서 긴 잠을 자느라 바깥 구경을 못했던 짧은 옷들은 오랜만의 외출에 기뻐하고, 사람의 발길을 오래도록 느끼지 못했던 산책로의 흙들은 갑작스런 그들과의 접촉에 들떠하고. 이런 기쁨의 소리를 들으며 널 떠올리니 너의 미소가 날 가만히 안아주는 것 같아서 이렇게 웃으며 편지를 쓸 수 있나봐.
한여름 밤의 꿈처럼 만난 우리. 작년 여름 우리의 만남을 모두가 만류했던 것 기억나? 너 스스로도, 그리고 나 스스로도 우리의 사랑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 시작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홀린 듯이 빠져갔지. 농담 삼아 넌 여우불이고, 난 불나방이라 칭했잖아. 다쳐도 어쩔 수 없다고, 날개가 다 타들어가도 어쩔 수 없다고, 여우불에 홀린 불나방은 계속 달려들 수밖에 없다며 난 네 손을 잡았고, 너에게 입을 맞추었지. 그렇게 바람 앞의 등불 같던 우리의 사랑은 이제 올림픽 때 봉송되는 성화처럼 꺼지지 않고 힘차게 타오르고 있어. 내가 이런 사랑을 해볼 수 있다는 것, 지난 상처에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내가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네가 나에게 준 선물이고, 내가 남들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야. 내 인생에도 봄이 왔음을, 분홍의 복사꽃이 가슴속에 활짝 피었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은 봄날을 보낸 한참 후에야, 그 때가 내 인생의 봄날이었구나 하며 느끼지만 난 지금 이 순간 생생히 느끼고 있어. 네가 내게 준 봄을. 고마워. 영화 속 주인공들이 행복에 겨워 짓는 미소를 나도 똑같이 지을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사랑을 하고 넌 대만에서, 난 한국에서 가을을 보낸 뒤 겨울에 우린 다시 만났지. 새해 첫 해를 보며 소원을 빌었어. 앞으로 함께 새해 첫 해를 맞이하는 사람이 영원히 너이길, 해가 존재하는 시간 동안은 너와 함께 아침 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그렇게 떠오르는 태양만큼이나 빠르게 겨울이 지나고 우린 다시 떨어져서 봄을 맞이하고 있네. 우리가 꿈을 꾸던 여름이 다시 돌아오면 넌 내게 돌아와 다시는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 약속했지. 비록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그 약속을 떠올리면, sp가 내 곁에서 흩날리는 벚꽃 잎을 함께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Out of sight, Out of mind라 하지만 고개를 돌리면 내게 미소짓는 네가 보이고, 피곤할 때면 뒤에서 가만히 날 안아주는 너를 느끼고, 밝은 노래를 들으면 네 밝은 웃음소리가 함께 들려. 떨어져 있어도 널 느끼고 있고, 널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떨어져 있어도 난 널 깊이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고 있어. 너도 분명 나와 같겠지? 하하.
우리가 함께 맞이할 다음번의 봄을 기대해. 얼른 돌아와서 같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버킷리스트의 함께 하고 싶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자. 혜진아, 온 마음을 다해 널 사랑한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어느 봄날, 너의 사랑이
만약 사연을 읽어주실 수 있다면, 신청곡으로 정철,가인이 부른 '결혼'이란 노래 신청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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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쓰는 편지
서효일
2014.04.10
조회 20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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