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에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밤마다 편지 쓰는 남자.
김정한
2014.03.30
조회 158
저는 매일 밤 편지를 씁니다.
처음 편지를 쓴 게 2011년 2월이니 만 삼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몸이 아파서, 여행 때문에, 깜빡 잊어서 못 쓴 날이 좀 있습니다.
어젯밤, 천백서른네 번째 편지를 썼습니다.
매일 밤, 저는 딸에게 편지를 씁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저는 아이 엄마와 이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딸아이와 티격태격하며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아이 엄마와 이혼을 하고 난 뒤, 저는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습니다. 그냥 하루를 살았고, 일주일이 지났고, 한 달이, 반년, 일 년... 그렇게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긴 잠을 자다가 퍼뜩 깨어서 정신이 멍한 것처럼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안개 속처럼 뿌연 느낌...
유치원 다니던 딸아이는 초등학교 학생이 되어 있고, 저는 실직을 했으며, 통장 잔고는 0원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욱신거리는 치통 때문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면 이가 이렇게 됩니까?”
나중에, 정신과 의사인 선배누님께서 그러시더군요.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럴 수 있다고...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몸의 가장 약한 부분으로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이 올 수도 있는데 제 경우는 아마도 그런 이유로 이가 상한 것 같다고 말이죠.
2011년이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 한 분이 책을 내셨습니다. 파평 윤씨 가문의 아들교육에 관한 내용을 담은 “남자삼대 교류사”라는 책인데, 책 말미에는 윤여준 선생님께서 큰 아들이 군에 입대해서 훈련소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편지를 썼다며 그 내용을 소개하는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냥 그날 있었던 일도 적고, 훈련받고 있을 아들에 대한 걱정도 담고... 그렇게 말 그대로 소소한 하루하루를 편지로 담아낸 글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와! 대단하다. 매일 편지를 쓰다니...”
그리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나도 딸에게 편지를 써볼까?”
그 해 2월 7일, 저는 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수민이에게 쓰는 첫 번째 편지”라는 제목으로 말이죠.
쓰다보니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이 편지를 읽을까?”
“매일 읽으라고 주면 그것도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무슨 이야기를 매일 쓰지?”
고민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썼습니다. 딸에게는 편지를 쓴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한참 지난 뒤 알게 된 딸아이가 몇 통의 편지를 읽다가 이러더군요.
“이건 나중에 읽어야겠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 읽어야 폭풍 감동이 오지.”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은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제 딸은 편지를 읽지 않습니다. 가끔 묻기는 합니다.
“아빠. 요즘도 편지 써?”
이젠 그냥 습관처럼 그렇게 편지를 씁니다.
빨간 표지의 다이어리에...
오늘 밤에도 또 한 통의 편지를 쓰겠죠?
“수민이에게 쓰는 천백서른다섯 번째 편지”를...
추가)
신청곡이요...^^
제 딸 수민이가 어려서부터 꽤나 좋아했던 노래가 있습니다.
럼블피쉬의 으라차차~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