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이 교사인데요^^
학생들과 라디오에 사연을 써보는 수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라디오를 많이 듣습니다.
아이들에게 저의 사적인 순애보를 떡 하니 이름을 공개해서
들려주기 부끄러워 부득이 이름은 가명을 썼습니다.
대신 주소란에 정확한 이름을 기재했습니다^^;;;
이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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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몇 가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고정관념은 자기 스스로 만든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남들은 바쁘게 오전 일과를 보내며 점심시간만을 기다리는 11시 30분, 저는 이 시간에 2층 커피숍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주어진 달콤한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창밖 세상은 참 부산하더군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목적지를 향해 잰 걸음으로 걸어가고, 정지 신호에 선 자동차들은 한시가 급하다는 듯 신호가 바뀌자마자 거친 숨소리를 내며 출발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도 그 안에서 애면글면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줄줄이 심어진 가로수만 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더군요. 시린 겨울 숲 속의 나무처럼 한데 모여 있으면 좋으련만 몇 미터를 두고 나란히 서있는 가로수들, 추워도 다가갈 수 없는 현실에 체념한 듯 가지를 축 늘어뜨린 모습이 애처로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오랜 시간 믿어왔던 고전관념이 하나 깨졌습니다. 가로수 나뭇가지에 잎사귀들이 그대로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말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읽은 뒤로 저에게 겨울은 모든 잎사귀를 떨어뜨리는, 그러기에 목숨을 걸고 잎사귀를 그릴 수밖에 없는 잔혹한 시절로만 기억되었습니다. 따라서 한 겨울 나뭇가지에 잎사귀가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죠. 웃기지 않나요? 사실 한번이라도 길을 가다 가로수를 유심히 봤으면 깨어졌을 고정관념인데 말이죠. 나뭇가지와 같은 높이의 2층 커피숍 창가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서야 비로소 스무 해 남짓 자리 잡았던 고정관념이 깨졌던 것입니다. 책이 주는 감상과 이미지에 갇혀서 지금까지 살고 있었던 것이죠. 그만큼 고정관념은 무섭더군요.
어리숙하고 용기가 없던 저에게 늦은 나이에 마음을 주고받는 소중한 인연이 생겼습니다. 아직은 사랑한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도 직접 하기 어려운 그런 사이입니다. 손 한번 잡는 것도 결심이 필요할 만큼 경험도 없습니다. 그런 저를 보면서 주변 친구들은 오그라들고 다소 해괴망측하기도 한 조언과 자기만의 사랑학 개론을 펼쳐냈습니다.
‘손잡는 데까지 며칠, 포옹하는 데 며칠이 걸려야 한다.’에서부터 ‘나이가 몇인데 고등학생 같은 연애를 하고 있냐.’는 핀잔까지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자신들의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을 저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그럴 때면 ‘제가 지금 잘못하고 있나.’ 라는 생각에 초조하기도 하고 불안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처럼 연애 경험이 없는 여자 친구는 태연합니다. 주변에서 그런 핀잔을 주어도 웃으면서 저의 말과 행동에 보조를 맞춰줍니다. 별거 아닌 작은 것에도 고맙다고 이야기해줍니다. 그럴 때면 주변에서 말하는 사랑에 쉽게 흔들리고 초조해하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그러고 보면 “마지막 잎새”는 겨울의 혹독함을 이겨내는 인간의 정이 아닌, 고정관념을 깨는 인간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세찬 바람에 담쟁이 잎새는 떨어지고 자신 또한 죽을 것이라 믿던 잔시에게 베어만 노인은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그것이 고정관념임을 깨닫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규칙과 틀에 순종하고 따르는 것이 아닌 고정관념 없는 둘만의 사랑을 말이죠. 부족하지만 서로 노력하며 만들어가는 그런 사랑, 힘들지만 상대방을 위해 잎사귀를 그려낼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습니다.
신청곡 : 윤종신의 ‘우리 이제 연인인가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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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떡볶이사랑
2014.01.14
조회 12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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