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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 뜨기와 결혼기념일
정주영
2013.12.21
조회 99
윤희씨..
꽈배 뜨기 해 보셨나요?
제가 요즘 뜨개질을 배우는데 어찌나 손가락을 꼬며 힘을 줬는지
몇 단 뜨고 나면 손에 마비가 오는 듯한 느낌이네요.
대바늘과 털실만 있으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무턱대로 실을 감고 빼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더군요.
무늬에 맞춰 제 코만큼 안으로 뜨고, 겉으로 뜨고
꽈배기 모양 차례에선 먼저 뜨고 나중 뜨기까지.....
치밀한 계산과 기억을 놓치지 않는 무한반복이랄까.
도안을 보고도 어디가 잘못 됐는지 알 수 없을 때
다 풀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은 소심한 마음에 사로잡히곤 한답니다.
하지만 뜨개질 선생님은 말리더라구요.
풀고 처음부터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떠진 실의 모양을 보는 거라고....
떠진 실의 모양을 습득하면 굳이 풀지 않더라도 잘못된 부분을 찾아 수정할 수 있다고요.
12월 22일은 저의 첫 결혼기념일입니다.
늦은 나이에 등떠밀려 결혼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요?
익숙하지 않은 생활과 감정이 뒤엉킬 때면
"결혼은, 나랑은 어울리지 않아!"
처음으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답니다.
주변에서 신혼이라며 감정을 부풀릴 수록 더 힘들고 힘들었으니까요.
잘못된 곳이 어딜까 찾아보고 고쳐보려고 노력도 해 보았지만
능숙하지 못해 더더욱 엉킬 때면
그냥 가위로 싹뚝 잘라내버리고 싶은 나쁜 마음도 들었네요.
그런 나약한 생각을 뛰어넘고 넘다보니 어느덧 그와 결혼 1주년이 되었습니다.
풀고 꼬고 몇번의 반복 끝에 완성된 목도리처럼요.
비록 중간중간 지을 수 없는 실수가 있긴 하지만
그의 허전한 목을 감싸줄 마음의 준비는 마쳤으니
이만하면 의미 있는 결혼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여보, 형규오빠... 고마워요. 나의 반려자가 되어줘서...
일년, 십년.. 이십년... 오래토록 서로의 옆자리에 건강하게 있어주기로 해요~
공교롭게 출장중인 그에게 따뜻한 목도리와 함께 윤희씨의 축하 전해주고 싶습니다.
신청곡-김돈규 에스더의 <다시 태어나도>
더 부페 식사권 주실 수 있을까요?
출장에서 돌아온 그와 분위기 있는 식사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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