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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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방의 기억
박혜옥
2022.12.27
조회 217
우리집엔 방이 4개가 있었는데 유독 추운 겨울이 되면 누구 에게나 환영받는 군불 때는 방이 하나 있었다
방 크기로는 작은방 정도의 크기 이긴 해도 이 군불 때는 온돌방의 위력은
겨울에 진가를 보여 주는데 그야말로 대단했다.정원에 심겨진 나무들이 유난히 크게 뻗어 나가거나 한것을 아버지께서는 사람을 시켜 자르게 하셨고 아버지 자신이 잘라 잔가지들을 모아 두셨었는데 쌓아둔 나뭇가지들을 광에 두었다가 겨울에 땔감용으로 사용하는 불쏘시개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여름에 마른 장작을 사다 넣어 두었다가 겨울에 사용되기 시작했다.으스름한 저녁이 되면 방마다 있는 휴지통을 다 비우고 아궁이에 시옷자(ㅅ)모양으로 마른 나무를 올려 놓고 그 속에 휴지를 넣고 성냥에 불을 피우면 쉽게 불이 생기곤 했다.이렇게 쉬운것을 언니들은 귀챦아 하고 잘 못하곤 했었다
제일 만만한 막내인 내가 불을 지피곤 했는데 불이 생겨서 조금씩 타기 시작하면 그위에 조금 무겁고 두꺼운 나뭇토막을 올려 놓는다
활활 타는 아궁이의 불을 쭈구리고 앉아 보고 있노라면 희안한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일명..."불장난..."

가정을 이룬 남자는 매일의 일상적인 반복되는 일에 조금은 시쿤둥한 채
사그라 들며 살아가고 있다가 생각지도 않은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바람난 유부남과 생생한 아릿따운 처녀는 둘만의 여행을 떠나고 잃어버린
생기와 웃음을 되찿으며 가슴 절이는 사랑을 한다
내 생애에 언제 이런 사랑이 다시 올수나 있을까?! 싶어 안 해보던 과감한 이상 야릇한 행동을 하며 본 부인에게 들킬 때 까지 숨 죽이며 산다
활활 타오르는 섬뜻한 불빛의 모습과 색채는 꼭 불장난이라 불리우는 불륜을 생각케 했다.
"당신을 사랑 하겠어요...영원히.."
영원히 오래 갈것 같았던 둘만의 밀회 여행이며 둘만의
애정행각은 어이없이 너무나 우습게 상처만 남기고 끝나 버린다...

군불 때는 온돌방의 아궁이는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시커멓고 재만 남긴채 썰렁한 현실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불장난은
"일장춘몽"인가(?!) 하는 씁쓰레한 생각이 들곤 했었다
겨울이 되면 아궁이의 군불을 내가 늘 지피곤 하면서도 아궁이에서 타오르는 화려한 색채의 불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남녀의 불륜 사랑을 연상하며 근시안이 되어 별 해괴망측한 상상을 내 멋대로 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만 있지는 않았다.
고구마나 감자를 깊숙히 두었다가 꺼내서 동치미와 같이 먹기도 햇었고 절절 끓는 방의 온도를 맞추고자 밖에서 미처 마르지 않은채 꽁꽁 얼어 버린 빨래들을 아랫목에 놓아 가습기 역활을 하기도 했었다.추운 겨울 밖에 있다가 돌아온 식구 들에게 푸근하고 따스한 집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던 곳!
온 식구들이 다 모여 조금은 불편한 채 맛난 저녁 식사를 하던 곳!
오랫만에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격식을 차리지 않은 옷차림으로 느긋하게 밤을 지새며 이야기 하던 곳!
지금은 편리한 아파트에서 살고는 있으나 여유가 되어 집을 짓게 된다면
꼭 군불 때는 방을 하나 만들어 이런 행복감을 다시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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