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내 친구 결혼식이 치러지던 날 나는 온통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 남자, 친구의 사촌 오빠가 왔을까? 어디에 있을까? 나를 보았을까?
오랜만에 본 후배들과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내 머리의 한 구석은 온통 그 남자 생각 뿐이었다. 몸이 지쳐 떨어졌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0년이나 지난 일이다.
집착도
미련도
가슴 아픈 이별도 아닌데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심장 바로 옆에 자리 잡아서 뛰기 시작하더니 멈추지 않았다
대체 뭐하자는 건지. 나도 내가 아니다. 어쩌자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그 남자의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다. 디테일은 없는데 묵직한 감정만이 남아서 콕콕 찌른다.
이런 밤이면, 알코올 두 잔에 얼굴이 상기되고 머리속이 어지럽기 시작하면 조심해야 한다. 전화기를 들어 그 사람에게 웃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지니까.
헤이. 이봐요. 나 여기 있어요.
우리 사이엔, 우리라고 할 것도 없는 사이지만, 10년이 되도록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새벽 동이 트도록 펑펑 울어버린 그날 이후로 나는 많이 변했고 그에 대한 소식은 전혀 모르니 내 머리속에 그 사람은 그대로인데 그래서 지금은 남과 같을거라 확신하는데…
친구의 결혼소식이 없었으면 전혀 생각나지 않았을 그 남자. 그 소식이 있기 전에도 나는 잘 살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게 현실을 일깨운다. 앞으로의 10년도 잘 살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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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밤
고선숙
2021.08.12
조회 21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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