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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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35년에서 왔습니다.
김영준
2021.07.02
조회 200
귀에 이어폰 꽂고 자리에 누우니까

모포 덮고 몰래 듣던 군대 생각이 또 나더라고요.

그때랑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무선 이어폰이란 거.



들었어요.

추억 생각하며 편히 듣다 잠들려고 했는데

전날 남긴 제 사연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 이름이 불렸을 때 저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어요.

아이처럼 기뻤습니다.



사연을 편지지에 담던 시절이 있었어요.

언제 도착할지, 제대로 도착할지, 도착했어도 읽힐지.

아무 기약 없음에도 이마저도 기꺼이 기쁘게 껴안을 수 있었던

14년 전과 같던 시절이요.



지금은 디지털이 번개 같은 속도로 송신과 수신을 도맡아 주고는 있지만

우리와 말과, 말에 담는 마음은 역시 디지털로 대체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사연을 읽어 주는 진행자님의 목소리에

설레는 저를 보며 이를 확신했고, 이 사실에 무척 기뻤습니다.



꿈음은 그런 곳 같아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디지털이 우리의 삶을 시나브로 적시고는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만은 여전히 아날로그로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일종의 피난처랄까.



러닝머신에서 듣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데

그렇게 우리가 걷는 속도, 음식을 씹는 속도, 당신과 말하는 속도,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갈대가 흔들리는 속도,

그리고 한 곡의 노래가 흐르는 속도가

여전히 우리가 살아내는 삶의 속도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의 아지트.



선은 불편하다고 다들 무선 이어폰을 선호하지만

꿈음을 통해, 그렇게들 믿고 살아내는 너와 나 사이를 잇는 선을 확인하고

그래 혼자가 아니다는 사실에 위로와 힘을 얻는가 봅니다.



사연 읽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세상 좋은 말은 진행자가 다 듣는 법이지만

나이를 먹다 보니 뒤에서 묵묵히 애쓰는 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박동숙 작가님께도 감사하단 말,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2035년에는 CBS 홈페이지에 아무도 안 들어오니까

크게 혼쭐나기 전에 얼른 리뉴얼하는 게 좋을 거라고

김진오 사장님께 귀띔 좀 해 주세요.



김영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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