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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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잠시 없으니
이건원
2021.03.30
조회 223
아내가 잠시 없으니







사위가 제주도로 전출을 간다기에 아내는 한동안 딸 식구를 못 보게 보니

이사 가기전 딸네집에 보름간 머물고 오겠다며 수원으로 떠났다.

아내가 잠시 없으니 식사를 스스로 자급자족 해야한다. 칠순 나이에 조금은 불편하지만

얼마간 혼자 뒹굴며 살아보는것도 괜찮을 성 싶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면 운동을 했지만, 이를 접고 아침에 밥을 짓고 국과 반찬을 만들어

볼까한다. 아내가 몇가지 반찬은 만들어 놓고 갔다.

평소 아내가 반찬을 만들고 있으면, 등뒤로 대강 배워둔게 다행이다 싶다.

나이들어 무슨 궁상맞은 짓이냐고 흉을 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먼저 밥을 지어본다. 쌀을 씻어 밥솥에 넣고 물을 손등에 찰랑거일 정도 붓고

스위치를 누르면 그만이다. 그러나 국이 문제이다. 된장국을 끓이려 하는데

막상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자주 먹는 국이기에 뭐 어려울게

있을까 싶었지만, 뚝배기에 물을 붓고 맛국물을 만들기 위해 큰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였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건져냈다. 된장을 체에 담아서 끓는

국물을 끼얹어가며 살살 내린다. 또한 채로 된장에 들어있는 콩조각을 걸러 내어야

입에 씹이지 않고 깔끔하다.

그리고 감자를 뚝뚝 썰어서 넣었다. 된장이 자체가 짜니가 간은 할 필요가 없다.

국물이 바글바글 끓으면, 큰 멸치마져도 건저 낸다. 여기에 청양고추 몇개를

송송 썰어넣고 고춧가루를 살짝 치고 파와 다진 마늘도 조금 넣는다.

마늘은 많이 넣으면 맛이 쓰기 때문이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두부를

토막내어 넣는다. 그리고 나서 끝으로 한번더 부글부글 끓였다.

드디어 완성된 국을 반스푼 떠 맛을 보니 약간 싱겁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어느정도 지나 전기밥솥을 열어 보니 약간 질지만, 구수한 맛이 일미였다.

혼자 밥을 입에 뚝 떠넣으며 잠시 자리에 없는 아내가 떠 올랐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제것 아내가 해 준 음식만 먹고 살아 왔기에 행운아 중에

행운아 였지만, 고맙기도 하고 한편 미안하다는 생각이 돌연 들었다.

밥을 먹고 나니 설겆이를 해야하고 다음 끼니엔 무슨 국을 끓여야 하는지

걱정이 되었다. 아내도 평소에 다음끼니를 걱정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참 생각끝에 다음 메뉴는 대파를 송송 썰어 넣은 콩나물국을 끓여볼 작정이다.

오이소박이나 김치처럼 손이 많이 가는 요리는 여전히 엄두낼 수 없지만, 이것도

차츰 배워 만들어 보려 한다. 언젠간 아내가 집을 오래 비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에 손을 거치지 않고 자신만만 하게 반찬을 해 먹자면, 평소 실패를 거듭해야 한다.

음식하는 것을 배운다는것은 어찌보면 독립된 삶의 첫 걸음이 아니겠는가

부부중 누군가는 먼저 이 세상을 떠나야 하기에 혼자가 되는것은 숙명이다.

음식을 만들어 부부든 아이든 남에게 먹이는 것처럼 복받을 일 또 있을까

가족을 위해 날마다 끼니를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이 오늘따라 꽃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따뜻한 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 주는 사람이야 말로 참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기쁨을 주는 귀한 존재라 여겨진다.

한데 나 라는 사람은 아내를 위해 밥을 지어주기는 커녕 내 생명을 위해 이제껏

밥 한끼도 해결 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는것을 칠순이 넘어서 깨첬다.

아내는 함께한지 44년간 우리 가족을 위해 한번이라도 푸념 없이 오직 희생 봉사한

우리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가장 큰 반성은 미안함 뿐이다.

아내여! 나의 생각은 조금도 하지를 말고 딸의 집에서 손에 잠시라도 물을 묻히지 말고

잘 지내다 오구려!



신청곡

봄이 왔다- ㅡ타루



이건원. 강원 강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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