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PD 저널 [“라디오의 음악실종, 이제는 돌아올 때” ]
200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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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의 음악실종, 이제는 돌아올 때”
[라디오스타 시즌3] ⑧ CBS FM ‘유영재의 가요 속으로’
2009년 05월 04일 (월)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유영재는 포크음악 중심, 7080의 가요 중심, 추억을 많이 얘기한다. 이름 석 자가 묻혀버릴 수도 있는 주옥같은 가수들을 잘도 찾아낸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잘 알려진 가수의 숨겨진 노래 또한 금광을 발견한 것처럼 기쁘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슈퍼주니어, 빅뱅, SS501 등 요즘 10대들이 좋아하는 노래들도 서슴없이 튼다.
〈유영재의 가요 속으로〉(93.9㎒, 매일 오후4~6시)의 연출과 진행을 맡고 있는 유영재 아나운서. 그는 “매일 같이 청국장 된장찌개 먹으라고 하면 질려서 못 먹는다”고 변심(?)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추억이라고 하는 모토와 7080세대에 맞는 세월이 묵은 음악을 중심에 두지만 지금의 40~50대 세대들은 이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가 자랄 때는 아버지는 엄한 존재였고, 듣는 음악은 따로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아버지들은 열려있죠. 40대도 슈퍼주니어 ‘Sorry, sorry’를 듣고 젊은 흉내를 내고 싶어 해요. 따라하지는 못하지만 듣는 귀는 거기까지 갔습니다.”
◇ 연출과 진행, 내손으로 직접한다
유 아나운서는 직접 연출과 DJ를 도맡아 한다. 청취자들이 보내주는 사연과 음악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볼 때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다방에서 손님들과 눈높이를 마주하며 LP판을 고르던 DJ의 모습이 연상된다. ‘디스크자키’의 본령을 찾아가려는 유영재의 고집이다.
“때로는 청취자의 사연이 너무나 가슴이 시려서 저의 건조한 말로는 전달이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 때 바로 음악을 끌어다가 가슴 먹먹한 적절한 타이밍에 깔아줘야 해요. 밖에서 사인주고 하는 시간차에서 이미 죽어가는 사연이 되요. 음악은 동물적 감각과 비슷하기 때문에 감각적인 터치가 제대로 이뤄질 때 가장 좋은 맛을 낼 수 있어요.”
▲ CBS FM <유영재의 가요 속으로> 라디오 공개방송 ⓒCBS
2000년 9월부터 시작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가요 속으로〉. “CBS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홍보를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고 말하는 그는 청취자와 함께하는 봄·가을 정기 운동회를 비롯해 정기 산행, 여름캠프을 열었고, 경쟁률이 50:1을 훌쩍 넘기는 공개방송 ‘생음악 전성시대’는 37번이나 개최했다.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홍보를 위해 올림픽대로와 육교에 현판 광고를 붙였고, 현수막을 200개를 만들어 서울 시내 곳곳에 붙였다. 심지어 북한산 곳곳에도 현수막을 걸었다. 결국 구청 2곳에서 과태료를 물라는 독촉 전화를 받기도 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의 이런 노력은 알음알음 팬층을 확보하는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 지난 2002년, 당시 사장 퇴진투쟁으로 CBS의 파업이 길어지자 “유영재를 복귀시켜라”며 ‘아줌마 피켓 시위대’가 등장한 것은 그의 인기를 실감한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그는 “청취자들이 프로그램을 아끼는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라디오, 음악 방송으로 다시 돌아와야”
▲ CBS FM <유영재의 가요 속으로> DJ 유영재 아나운서 ⓒCBS
유 아나운서는 좀처럼 녹음을 하지 않는다. 토, 일요일에는 녹음을 해두고 쉴 법도 하지만 그는 “청취자들에게 생생함을 전달해야 한다”며 녹음을 거부한다. 그러면서 그는 DJ의 역할에 대해 “방송은 수다를 떠는 일”이라며 “방송은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청취자의 생각과 마음을 들어주는 게 DJ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 보다는 사연소개 위주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많은데 대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음악FM은 방송사 것이 아니다. 소유자들에게 원상태로 복구해서 돌려줘야 한다”고 강하게 힘줘 말했다.
“PD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해요. 예전에는 방송사가 음악을 다양하게 진열해놓고, 엄선해서 틀었잖아요. 지금은 스타들을 데리고 나와 수다를 40분 정도 떨고, 음악 몇 곡을 트니 주객이 전도 된 거죠.”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유 아나운서는 “청취자들에게 가끔 방송에서도 내가 치매 걸릴 때까지 방송하겠다고 말을 하는데 고마운 게 응원을 많이 해준다. 저와 함께 늙어가길 원한다”며 “외적으로 늙어가는 주름은 어쩔 수 없겠지만, 비타민 같은 음악을 섭취하면서 마음의 주름은 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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