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화의 가요속으로> DJ 박승화씨 ⓒ
2025년 1분기 청취율 조사 결과에 대해 <가요속으로> DJ이자 그룹 유리상자의 멤버 박승화씨의 소감이 궁금해 지난 5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박씨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청취자들이 가장 원하는 게 있는 라디오"
- <가요속으로>가 올해 1분기 청취율 조사에서 전체 3위·예능 부문 1위를 기록했어요. 오랫동안 라디오를 평정했던 SBS <두시탈출 컬투쇼>(아래 <컬투쇼>)를 넘어섰기 때문에 의미가 클 것 같은데요.
"사실 매일매일 방송하면서 청취율 조사 1위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청취자들 만나고 그분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들려드리며 그 자체로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근데 어쩌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이 방송을 들어주셔서 감사드리는 마음뿐이에요."
- 청취율 조사 결과를 알았을 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사실 (예능 부문) 1위라는 건 생각도 못 했어요. 예전 같으면 <가요속으로> 프로그램 위에 많은 DJ 선배님의 프로그램들이 랭크돼 있었죠. <컬투쇼>, 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 외에 많은 프로그램들이 그냥 벽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넘을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생각했죠. 그런데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벽 같은 프로그램 위에 <가요속으로>가 랭크된 모습이 사실 믿어지지 않았죠."
- 이유는 뭘까요?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각자 무언가 잘 해내려고 어떤 코너도 만들고 장치를 많이 둘 텐데, 유독 <가요속으로>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준비를 많이 안 해요. 중요한 건 '청취자들이 과연 가장 원하는 게 뭘까'죠. 내가 사연과 신청곡 보내고 그게 언제 나올까 굉장히 주의 깊게 듣고 있는 게 가장 우선 아닐까 해요. 라디오라는 매체는 서로 소통해야 하니까요."
- 그건 어느 프로나 마찬가지잖아요. <가요속으로>만의 다른 점이 있으니 들을 것 같은데.
"정말 청취자들이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본인들의 사연, 공감이죠. 준비했던 걸 소통하는 것보다 라이브로 그날그날 청취자들의 생활을 같이 소통해 주는 게 가장 좋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 같으면 음악이 한 10곡 넘게 나갈 텐데 <가요속으로>는 2시간 동안 제가 사연 소개도 하는데도 20곡이 기본으로 나가요. 많은 분이 편안하게 라디오를 들으면서 음악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드리는 것 같아요."
- 사연 소개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요?
"보통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어딘가에 적어 보내면서 본인들이 위로 받잖아요. 또 그걸 누가 봐주거나 사연이 소개될 때 굉장한 위로를 받는다고 생각해요. 근데 가끔 좀 재미난 사연들도 많이 올라와요. 그럴 때는 더욱 재미있게 소개를 해드리고 거기서 한 번 정도는 너무 우울하지 않게 약간의 아재 개그 같은 것도 해 가면서 청취자들과 한 번 웃죠."
- 다른 프로 같은 경우는 게스트가 나오는데 <가요속으로>는 게스트가 없어요.
"없어요. 가끔 가수 선후배들이 신곡 내고 자기 불러달라고 해요. 그럴 때마다 '우린 게스트가 없다'고 얘기하죠. 대신 노래를 만약 틀어드릴 수 있으면 틀어드리면서 살짝 이야기 해드리는 거죠. 게스트가 없다는 게 어떻게 보면 너무 성의없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게스트가 나오면) 그 가수 팬들은 좋아해요. 근데 그 외에 그 가수에 관심없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들은 듣고 싶지 않는데 듣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걸 배제하는 차원에서라도 게스트가 없는 게 오히려 더 성의를 보이는 것 아닌가 해요."
- 처음 이 프로 DJ 제안이 왔을 때 기억나세요?
"기억나죠. 전임 DJ가 다른 곳으로 가게 돼 공석이 됐을 때 CBS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과연 내가 그 프로그램을 맡아서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고요. 그리고 가수로 음악하면서 어딘가에 묶여 있는 생활을 안 하는 사람인데, 이걸 매일 오후 4시에 하려니까 내 생활이 어떻게 될까란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은근히 주위에서 많이 응원해줬고, 특히 CBS 관계자분들도 적극적으로 프러포즈 해 주셨거든요. 거기에 감동해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흔쾌히 승낙하고 시작했죠. DJ로서 사는 게 불편했던 제가 이제 곧 5월이면 (진행한 지) 13년이 되는데, 그동안 하루도 안 빼놓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믿겨지지 않아요."
- DJ의 매력은 뭐라고 보세요?
"저는 그 사연들을 소개하면서 매일매일 배워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만 하다 보니까 세상 물정 잘 몰랐는데 하루하루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다 보니 현재의 삶을 바로 알게 되는 거예요. 자영업자들의 한숨, 사고 소식들, 그걸로 인해 힘들어하는 시민들의 마음 같은 걸 바로미터로 알게 되는 거예요. 그걸 저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친구찾기' 코너 2년간 105번째 만남... 경이로운 일"

▲<박승화의 가요속으로> DJ 박승화씨 ⓒ
- <가요속으로>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라고 알고 있어요. 중장년층이라면 7080세대라고 생각했는데 1990년대는 물론이고 2000년대 음악도 나오더라고요. 그만큼 세대가 달라진 걸까요?
"7080 노래가 주로 이어지긴 하는데, 요즘에 나오는 로제 '아파트'나 싸이 노래, BTS의 '봄날'이나 '다이너마이트' 같이 유명한 곡은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그러면서 얘기하죠. '이런 노래가 우리 청취자 여러분의 자녀분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노래입니다. 이거 아셔야 해요'라면서 틀어주는 거죠. 뜬금없이 BTS 노래를 틀면 청취자분들은 '이거 뭐야'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제 멘트 한마디에 같이 화합이 되죠."
- 코너 중에 '라디오 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게 있잖아요. 오래 연락 끊긴 사람을 찾는 건데요. 방송에 소개돼 사람을 찾으면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굉장히 기쁘죠. 코너를 만든 게 한 2년 조금 넘었나요? <가요속으로> 하는 2시간 중에 이게 소개되는 데 5분 정도 소요되거든요. 이 코너를 운영한 2년 동안 105번째 만남이 이뤄졌어요. 엄청 경이로운 거라고 생각해요."
- 코너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작가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이게 보면 한 열흘에 한 분씩은 찾게 되는 것 같고, 어느 날은 방송에서 찾는 사람을 쭉 이야기했는데 바로 게시판에 '제가 그 사람인데요'라고 올라와요. 듣고 있는 거죠. 그럴 때는 기쁨의 소름이 쫙 돋아요."
- 주로 어떤 사람을 찾나요?
"가장 많은 게 친구죠. 친한 친구였는데 핸드폰을 분실하면서, 그리고 011에서 010으로 바뀌면서 연락이 끊긴 거죠. 그다음에는 동네에서 소꿉친구로 살다가 하나가 이사 가게 되면 그때부터 연락이 끊겨버리는 경우가 많죠."
- 이밖에 매일 한 곡씩 라이브로 부르시잖아요. 선곡 기준이 있을까요?
"특별히 없어요. 게시판을 보다 보면 많은 신청곡이 올라오잖아요. 그러면 PD님이 그 중에 선곡해서 들려드리기도 하는데 그걸 다 들려드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선곡 안 된 곡 중에 저도 찾아요. 기타는 항상 준비돼 있으니까 이 노래 괜찮겠다 싶으면 가사를 빨리 뽑아요. 가사만 보면 기타 코드는 대충 머릿속에서 나오니까 즉흥적으로 그 노래를 부르는 거죠."
- 준비하는 게 아닌가요?
"연습할 시간이 없어요. 그냥 바로 하는 거죠."
- 아무리 가수라도 어렵지 않나요?
"고마운 게 저한테 그런 능력이 있나 봐요. 그 노래를 알면 기타를 저절로 칠 수가 있어요. 물론 내가 아예 모르는 노래는 하지도 못하죠. 노래에 정확한 코드들이 있잖아요. 근데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까 정확한 코드까지 모르죠. 악보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연주라는 게 정확하지 않아도 술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해서 한 곡 완성하는 거죠. 그래서 노래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어요."
- 매일 하다 보면 부담도 있지 않나요?
"있죠. 목소리가 안 좋을 때도 있고 감기에 걸릴 때도 있고요. 근데 지금까지 감기에 걸려도 키를 낮춰서 부드럽게 불렀어요. 부르기 전에 '오늘 목소리가 조금 안 좋은데 그냥 한번 해볼게요'라고 해요. 그렇게 하면 청취자들이 더 친근감 있게 받아주시더라고요. 그런 따뜻함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 어떤 DJ로 시청자들에게 인식되고 싶으세요?
"매일매일 하면서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그거예요. 이 사연을 보낸 사람의 편이 돼 줘야겠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회사에서 상사에게 혼난 사연도 올라와요. 읽어 보면 이 사람이 혼날 짓을 한 것 같아요. 근데 저에게 시간을 내서 사연을 보내왔잖아요. 그러면 그 순간만은 그 사람 편이 돼 주는 거죠. 그러니까 언제나 사연을 소개해 줄 때 나는 청취자들에게 친동생이나 친오빠 같은 DJ로 생각됐으면 좋겠어요."
"엔지니어 없이 내가 직접 믹싱까지, 우린 일당백 프로그램"
- 유리상자 맴버잖아요. 그룹활동은 안 하세요?
"옛날에는 유리상자로 둘이서 같이 활동을 많이 했죠. 그리고 따로따로 활동하는 건 안 된다는 약속이 있었어요. 근데 서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고 나이도 더 먹어가다 보니까 이제는 그런 얘기도 없이 서로 또 알아서 각자의 활동들을 많이 해요. 활동을 각자 많이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같이 활동 안 하냐고 묻는데 그런 건 절대 아니이에요. 지난 연말에 같이 콘서트 했고요.
요즘에는 정규 앨범보다는 하나씩 음원 발표를 해요. 하지만 예전처럼 노래가 히트되는 게 어려워요. 그리고 TV에 같이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제한되니까 활동을 아무래도 옛날보다는 덜 하는 것 같긴 해요.
근데 유리상자는 계속 공연이나 어떤 행사, 축제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최근에도 (유리상자 멤버인) 이세준씨와 얘기했어요. 흥행이 되든 안 되든 소극장 같은 곳에서 공연을 자주 하자고요. 그런 의견은 우리가 계속 나누고 있어요."
- 앨범 계획은 없나요?
"지금까지 음원 하나씩 발표했던 것도 모으고 또 새로 곡 작업해서 흥행 못 시키더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규 앨범을 만들 생각은 있어요. 충분히 만들면 되거든요. 그리고 항상 저도 그렇고 이세준씨도 그렇고 곡을 만들고 있으니까, 의기투합만 더 확실하게 되는 날엔 공연이든 음반이든 나올 거예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가요속으로> 많이 청취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도 많은 분이 사랑해 주실 줄 몰랐고, 그래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저야 밥상 차려주면 거기서 떠들고 노래 들려드리면 되지만, 그걸 만들려고 PD와 작가는 손가락이 안 보이게 작업해야 하고 또 정신없이 선곡해야 해요. 그 두 분 아니면 이렇게 방송이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 스태프들의 노고가 상당하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고요.
덧붙이자면 다른 프로그램은 작가분들도 많고 PD분들도 두 분 있더라고요. 근데 <가요속으로>는 PD 한 명, 작가 한 명, DJ 한 명이에요. 엔지니어도 없어요. 제가 믹싱하면서 해요. 정말 일당백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영광(kwang3830)> [기사출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