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토) 봄은 화해의 시간
비회원
201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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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누가 봄이 좋다고 하면 봄이 아름답긴 하지만
온천지에 꽃이 너무 많이 피어 정신없고,
왠지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 같다고, 낙엽과 함께 쓸쓸하더라도
차분한 느낌이 드는 가을이 더 좋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암환자가 되어서일까요.
지금은 봄이 너무도 황홀한 선물로 다가오고
순간순간이 아름다워서 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날 저는 이렇게 노래해보았습니다.
봄은 우리에게 누군가에게 다가가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라고
재촉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되도록 맑은 마음과 표정을 지니려고 애씁니다.
봄이 왔다고 더 열심히 노래하는 창밖의 새소리도
'사소한 일에 스며 있는 기쁨을 놓치지 말라.'
'어서 희망을 노래하라'고 일러줍니다.
하루에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찡그리지 않고 미소를 짓는것만으로도
기쁨과 희망을 건네는 일이 될 것입니다.
봄과 같은 따뜻한 마음씨, 봄과 같이 부드러운 말씨,
봄과 같이 맑은 정, 봄과 같이 환한 웃음,
봄과 같이 포근한 기도를 바치며 함께 길을 가는
우리가 되기로 해요.
어떤 이유로든지 그동안 말 안하고 지내는 이들과의
냉담한 겨울이 있었다면, 그 사이에도 화해의 꽃바람을 들여놓아
관계의 봄을 회복하기로 해요. 그러면 우리는 어느새
봄길을 걸어가는 꽃과 같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 이해인 수녀의 산문집
<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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