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토) 이쯤이면 딱 좋네
비회원
2013.04.23
조회 716
나는 제법 나이를 먹었지만, 나 자신을 절대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니 실제로는 분명 아저씨랄까, 영감이랄까,
틀림없이 그쯤 됐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뭐 아저씨니까”하고 말하는 시점부터
진짜 아저씨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제 아줌마가 다 됐네.”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진짜 아줌마가 돼 버린다.
일단 입 밖에 낸 말은 그만한 힘을 발휘한다. 정말로.
나이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꼭 필요할 때
혼자서 살짝 머리끝쯤에서 떠올리면 된다.
매일 아침 세면대 앞에서 세수를 하고 이를 닦는다.
그리고 거울속의 나를 점검한다.
그럴때마다 ‘음 큰일이군. 늙었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렇지만 실제로 늙었으니 별 수 없지’라고도
생각한다. 이 정도면 딱 좋지 않은가 하고.
내게는 ‘딱 좋다’가 인생엣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사실 여성에게 인기가 많으면 인생이 여러모로 시끄러워질테고,
다리고 길어봐야 비행기에서 불편할 뿐이고,
섣부른 천재였다가는 재능이 언제 다할까 안절부절못할 테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경우에 ‘이쯤이면 딱 좋네’하고 여유롭게 생각하면,
자신이 아줌마든 아저씨든 어떻든 상관없다.
나이 같은 건 관계없이 그저 ‘딱 좋은’사람일 뿐이다.
나이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분은
되도록 이렇게 생각해보시길.
경우에 따라서는 간단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뭐 피차 애써봅시다.
-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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