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토) 한 뚝배기 되보실라예?
비회원
2013.02.17
조회 168
"제가.. 그릇이 작아서 그래요."
일을 하다가 힘이 붙이거나, 사회에서 이리 저리 치인 사람들과
진지한 상담을 하다보면 흔히 듣게 되는 말이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다른 사람은 척척 잘 해내는데
유독 자신만 버거워하고 견디지 못한다고 여긴다.
내 그릇이 훨씬 컸다면 충분히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안 되서 이런 사단이 난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소망한다. 나란 사람의 그릇이 커지기를.
그런데 바라는 그릇의 크기가 요새 정여사 식으로 말하면
"커도 너-무 커~"다.
커피 컵 크기의 사람이 냉면 그릇이 되기를 원한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거의 모든 마음의 그릇의 크기는 컵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그릇크기의 증가는
10% 남짓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소주잔만큼 작은 그릇이을 태어나서
사소한 일도 견디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그릇이었다면 이 험한 세상에서 지금껏
버텨오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실현가능한 그릇의 완성은 무한정한 크기의 확장이 아니라
질감의 변화다.
양은 그릇같은 마음이 뚝배기의 두꺼운 질감으로 전환해서
쉽게 달아오르지도 않고, 한 번 데워진 그릇이 따뜻한 온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그릇크기의 강박에서 벗어나 삶에서 지향할
마음수련의 태도다.
한 뚝배기 되보실라예?
- 한국일보 ‘삶과 문화’ 칼럼중에서
하지현 건국대 교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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