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토) 아들을 팼다
비회원
2013.02.17
조회 209


아들을 팼다. 마음이 아프다. 때린 손은 더 아프다.
야단 쳤다던가 혼낸 것이 아니다. 팼다.
아버지로서, 아니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형편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고 3인 아들의 일상 문제로 목소리를 높이다가
내가 무척 흥분했던 모양이다. 내가 때릴 듯 손을 치켜들자,
아들은 내 손목을 꽉 잡았다. 정말 꼼짝하기 어려웠다,
당황한 내가 어쩔 줄 몰라 슬그머니 손을 놓는다.
그 상황에서도 아들은 아버지인 내 체면을 지켜준 것이다.
그래서 더 화가났다.
수컷으로서의 자존심이 회복될 수 없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이미 졌다. 나도 알고 아들도 안다.
한달이 지난 지금도 나는 너무 괴롭다. 그러나 아들녀석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낸다. 내게 이야기도 아주 자연스럽게
걸어온다. 젠장, 승자의 여유다.


드디어 올 게 온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들은 언젠가 아버지를 들이받게 되어 있다.
나처럼 평범한 아버지를 들이받는데도 아들은 18년이 걸렸다.
자신의 세계를 열어가려면 아들은 어떤 방식이든
아버지를 치받아야한다.
아버지는 기존 질서에 대한 상징이다.
아들이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려면 기존 질서를 부정해야 한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내 아들이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곤,
나와 내 아들이 함께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받아들이기 참 어렵지만 인정해야 한다. 자업자득이다!




- 오늘은...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이란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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