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토) 무의미한 말
비회원
2013.03.02
조회 247


만나면 곧잘 입은 옷이 언급된다.
서로들 못 보던 옷이라느니,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느니,
코디를 고용했느냐는 등 말짱 헛소리다. 그냥 빈말을 주고받는다.
그럴때마다 빈말의 남발에 잠시 잠깐
묘한 공허함을 왜 아니 느끼랴마는,
그 공허함도 금방 지워지는 것이니, 입 다물고 서로를 따분하고
어색하게 하는 것보단 낫다.
얌전 빼고 품위를 지키는 것보다는, 주절주절 실언도 하고
실수도 흘려 서로를 편하게 하는 이들이 좋다.

옷장을 열면 옷이 너무 많다.
다 입자면 100년 200년은 더 살아도 부족할 거라는 내 말에
모두들 웃어댄다. 옷은 쌓였는데 입을 옷은 없다는 얘기를 하며
술도 못마시는 데 그런 재미도 없이 어찌 사느냐고 한다.
싸구려 한두가지로 스트레스 푼 건데 몇 푼이나 된다고
쩨쩨하지 말자는 등.. 반성과 변명도 많고 합리화도 만만치 않다.
여성은 나이들수록, 생활의욕을 잃지 않게
늘 새옷에 관심 놓지 말라는 충고도 듣는다.
다 옳고 우정어린 충고다. 그렇게 의견은 분분해도
흐지부지하다 만다. 무의미할수록 흐지부지가 좋다.

#up&down

사람마다 아무 때나 어디서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말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중요하고 의미있는 말이야 주요 인사들의
중요 모임에서나 나올테고, 신문과 방송에서 하도 들어서
지겹기도 했는데, 나까지 중요 발언을 하면 지구가 무거워
자전도 공전도 다 못할테니까. 또 우연히 마주쳐
차 한잔 나누는 데에야 흐지부지한 말이 부담없어 더 좋다....


-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작가 유안진의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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