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토) 중년예찬
비회원
2013.03.03
조회 356
누구나 나이 들고 늙는다.
가까운 곳의 글씨가 잘 안 보이고,
곁에서 하는 이야기가 잘 안 들리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얼굴만이 아니라 손과 발까지 다 주름으로 덮이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걸 불행과 슬픔으로만 여긴다고 뭐가 달라질까.
사물이 뚜렷하게 안 보이니 더러운 것도 잘 안 보이고,
누가 떠들어도 잘 안 들리니 거슬리는 이야기에 신경 안 써도 된다.
또 혹시 누가 뒤에서 내 흉을 봐도 맘 상하거나 싸울 일이 없고,
위 기능이 약화돼 소화가 잘 안 되니 소식하게 되며,
허리며 무릎 여기저기가 결리니 무리한 일도 하지 않게 된다.
육체적으로 쇠락하는 시기일지 몰라도
정신적인 모험의 기회가 펼쳐지는 시기가 50대다.
#up&down
50대가 참 평화롭다. 공평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40대 때는 공평하지 않았다.
동창이라도 어떤 친구는 부장이고,
다른 친구는 고속 승진해 사장 명함을 내밀었다.
막상 50대가 되고 보니 그 격차가 참 많이 평준화됐다.
초고속으로 승진한 친구도 회사에서 물러나 오히려
'길고 가늘게' '회사생명'을 이어가는 만년 부장인 친구를부러워하고,
융자 안고 큰 집 산 친구는 부담을 느끼지만
전세 사는 친구는 세금 걱정은 없다며 편해 보인다.
부자건 가난하건, 뚱뚱하건 날씬하건, 흰머리를 걱정하고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 정보를 나눈다.
나이가 더 들더라도 환갑에도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고,
노안이 오더라도 더 많은 책을 보고,
유니세프건 구세군 자선냄비건 흔쾌히 돈을 기부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유인경 기자의 <중년 예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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