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4(토)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비회원
20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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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어머니는 물건을 살 때 시장으로 가고 싶어하고,
거의 모든 아내는 백화점으로 가고 싶어한다.
파 한단을 살 때도 어머니는 뿌리에서 흙이 뚝뚝 떨어지는
파를 사고, 아내는 말끔하고 예쁘게 다듬어 놓은 파를 산다.
어머니는 고등어 대가리를 비닐 봉지와 함꼐 넣어 오지만,
아내는 생선가게에다 버리고 온다.
어머니는 손주에게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싸우더라도 차라리
네가 한 대 더 맞는 게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내는 싸울 때는 바보같이 맞지만 말고
너도 때려야 한다고 아이에게 가르친다.
그런데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 있다.
그 손주가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 한명을 때렸다고
문득 집으로 전화가 온 날, 어머니는 은근히 좋아하시고,
아내는 아이를 잡도리해야겠다고 벼르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가 잠들기 전에 배가 고프지 않은 지 묻고,
아내는 숙제를 다 했는지 묻는다.
어머니는 다 큰 아들을 '내 새끼, 내 새끼'라고 말하는데
아내는 그 어머니의 아들을 '이 웬수, 저 웬수'라고
부를 때도 있다.
어머니는 가는 세월을 무서워하고, 아내는 오늘 세월을 기다린다.
어머니는 며느리한테 자주 잔소리를 하지만,
아내가 나한테 잔소리 하는 것은 매우 듣기 싫어하신다...
- 안도현 에세이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중에서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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