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토) 때 값
비회원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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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반,
엄마는 용돈 중에 가장 요긴하게 쓰시는 것이.. 때밀이 값이었다.
엄마는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기면
"때 몇 번은 밀겠네" 하며 좋아하셨다.
그래서 우리가 어쩌다 용돈을 드리면
"엄마 때값" 하고 드렸고, 엄마는 활짝 웃으셨다.
그 웃음은 한 삼십 년 내내 추운 손을 데우는 난로가 아니었겠는가.
이런 이야기를 아는 내 딸들은 지금도 명절이나 생일에
내게 용돈을 내밀 때 "엄마 때값" 하며 봉투를 쥐어 준다.
딸들에게 돈을 받으면서 나는 엄마를 생각한다.
참 띄엄띄엄도 드렸던 때 값이었다.

흥부 처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엄마에게 가는 돈은
늘.. 손이 오그라들었는지...
당장 아이들 옷 한 벌이 더 급해서
엄마 때값이라고 접어두었던 돈은
언제나 석 장에서 한 장을 빼고 두 장에서 다시 한 장을 빼서
외롭게 한 장을 드렸던 기억이
지금도 뼈아프고 손끝이 저리게 울린다.


돈이라는 어색한 분위기를 이 말이 모두 활짝 웃게 만든다.
나는 때값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몸의 때가 아니라 마음의 때를 벗기라며
넌지시 엄마에게 귀띔을 하는 게 아닐까.
나도 때가 많이 묻었다.
핑계는 삶이었다. 살아 내느라고 나는 이렇게 되었다.
살면 주름이 생기듯 때도 묻을 것이다.
내 때를 딸들 용돈으로 지우지 못하지만
딸들의 사랑으로 내 마음의 때를 밀어
깨끗하게 하고 싶다는 내 작심이
진정한 때값이 되어 줄 것이라고.. 입술을 물어본다.


- 매일경제 신문 에세이 코너..
<삶의 향기> 중에서 시인이자 소설가인 신달자 선생님의 '때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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