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토) 내 뒷사람 겁니다!
비회원
2013.01.08
조회 242

1년 전 '혹시나'라고 시작한 해였지만 다시 한번 '역시나'로 끝나
회한이 앞선다. 혹시 새해에는 정치권이 조금 잠잠해질까, 혹시
새해에는 나도 집을 살 수 있을까... 수많은 기대로 시작하지만
실수를 거듭하고 다시 '역시나'로 끝나는 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어제와 다를 것 없는
똑같은 하루의 시작이지만, 새해 새날은 새로운 희망을 준다.
'새해'의 '새'자는 우리에게 다시 꿈꿀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다리가 많은데,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직장을 둔 사람이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널 때 1달러 가량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가끔씩, 크리스마스같은 휴일, 어떤 때는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닌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톨게이트에서 어떤 기분 좋은 운전자가 2달러를 내면서
"내 뒷사람 것까지요!"하고 가면 징수원이 뒤차 운전자에게
"앞차가 내고 갔어요."라고 말한다.
뒤차 운전자는 자신이 준비했던 1달러를 내면서
"그럼 이건 내 뒷사람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때로는 하루종일 "내 뒷사람 겁니다"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똑같이 1달러를 내면서도 꼭 내야 하는 통행세가 아니라
내가 주는 선의의 표시가 되고, 그래서 "내 뒷사람 겁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마다 얼굴에 밝은 미소를 짓는다는 것이다.


권력 많은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도
우리는 우리의 작은 재능으로 선의의 릴레이를 만들면서
세상을 응원하는 것. 그게 내 복을 챙기는 길인지 모른다.


-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집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중에서
'내 뒷사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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