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토) 남자의 눈물에 대하여
비회원
2013.01.23
조회 218


구석자리에 혼자 앉아 영화를 보던 남자가 슬픈 장면이 나오자
조심스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남자는 더욱더 서글피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열이었다.
대낮에 혼자 영화를 보러 와서 오열을 하는 남자라...
영화의 스토리가 슬프기 그지없긴 했다.
하지만 남자의 속사정이 괜시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남자에게 연민과 호감을 동시에 느끼게 돼 버렸고,
불이 켜지면 휴지를 건넬까? 말을 시켜볼까?
심장이 콩닥콩닥 설레기까지 했다.

#up&down

나는 여자중에서도 특히 눈물이 많은 편이라
시도때도 없이 주책맞게 잘 울곤 한다.
뺨 위로 눈물을 흘려보낼 때의 기분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의 느낌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시원하다.
한줄기 눈물과 함께 숙변 같던 울화와 자기 연민의 덩어리들이
쑥 빠져나가곤 한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일텐데,
남자들은 참 안쓰럽게도 마음 가는대로 울지 못하며 사는 것 같다.

문득 주변 남자들에게 맘껏 울 수 있는 시간을 한번쯤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슬픈 영화를 골라서 뒷자석쯤으로 예매한 다음,
조용히 표를 건네주는 거다. 그 속에 파묻혀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어디 한번 펑펑 울어보라고.

숙변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한바탕 느낀 다음
말개진 얼굴로 세상에 다시 나왔을 떄, 뜨끈한 순댓국이나 한그릇
사주며 허기진 배를 달래주고 싶다.

어쩌면 남자들은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해서
가끔 쓸데없이 싸움질을 하고, 도박같은 각종 검은 유혹의 손길에
더 쉽게 흔들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김종선작가의 에세이 <어바웃> 중에서
'남자의 눈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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