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제 거의 반백년을 살게 되네요
염색으로도 흰머리가 잘 감춰지지 않네요
제 인생 중 암흑기는 삼십 대였던 거 같아요
절친에 의해 시작된 고통은 거의 십 년을 지속했어요 그 일을 겪은 후 제가 친구를
안 사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못 사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흑역사를 뒤로하고
정확히 내 눈에 비늘이 벗긴 것 같은 경험을
했는데요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십 대 땐 제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없었고 늘 나 자신을 단장하는 거에 나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암흑기를 거치고 드럼통에도 다 못 담을 눈물을 밤낮으로 흘리고 나니
고아들
장애인들
노인들
과부들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확대되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십 대는 그들과 시간을 보냈고
무리할 만큼 돕게 되었습니다
내겐 처음의 경험이었습니다
바닥을 친다는 경험
폭풍을 통과한다는 경험
제발 빨리만 지나가라고 간절히 바라던 순간들
사람들은 꽃길만 걷길 바라라고 인사하지만
엉겅퀴를 걸어야 비로소 인생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그때 이후론 마치 덤으로 얻은 인생처럼
다른 게 보이고 느껴집니다
시선이란 게 이렇게 방향을 바뀌는 대단한 것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건 의미 있는 삶으로의 갈망입니다
다른 건 연습도 있고 하던데
인생은 그게 없습니다
그래서 남들의 추락, 남들의 실패, 남들의 삶을
거울삼아
어떤 것이 정도인가 계속 탐색하며 신중히
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인생엔 퇴보가 있고
퇴보시키는 사람들이 있고
퇴보시키는 선택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침반 없으 살던 인생에
고통은 분명한 북극성이 되어 주었습니다
고통을 주신 하나님
약함을 주신 하나님의 깊으신 섭리에
감사합니다
나는 이제 다른 가치관이 장착된
다른 사람입니다
신청곡 - 이 문세의 붉은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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