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친구야~
여름이야기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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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노을이 발갛게 번지는 시간이면,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아파오곤 해요.
다 아물었다고 생각한 상처를 누군가 툭 건드린 것처럼 말이죠.

오늘 제가 부르고 싶은 이름은, 제 인생에서 찬란했던 계절을 함께 보낸 친구 ‘영순’ 이입니다.
기억나니? 우리 스무 살 무렵, 돈 한 푼 없어도 대학가 뒷골목 분식집에서 세상을 다 가진 듯 미소짓던 그 시절 말이야.
너는 늘 내 부르튼 입술을 걱정하며 가방 속에서 낡은 립밤을 꺼내 발라주곤 했지.
"네가 예뻐야 나도 빛나지!" 하며 웃던 그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밟힌다.
우린 왜 그렇게 멀어지게 된 걸까. 죽고 못 살 것 같던 사이였는데, 한시라도 떨어지면 큰 일이 날것처럼 수선을 떨었잖아.
어느 순간부터 걸려 오는 전화에 "나중에 할게"라는 짧은 문자를 남기게 되고, 그 '나중'이 쌓여 일 년이 되고 십 년이 되어버렸네.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먹고 사느라 정작 내 마음의 안식처였던 너를 잊고 살았어.
얼마 전 짐 정리를 하다 네가 써준 편지 한 장을 발견했어. '우린 할머니 되어서도 같이 유모차 끌고 산책하자'던 그 삐뚤삐뚤한 글씨를 보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
너는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가끔은 내 생각 할까?
안하면 난 무척 서운할꺼야. 우린 여전히 좋은 친구지?
미안해. 먼저 손 내밀 용기가 없어서, 사는 게 힘들다는 핑계로 너를 외롭게 둬서 미안해.
사실 나, 네가 무척 보고 싶었다.
힘들 때마다 네가 해주던 "괜찮아, 넌 잘할 거야"라는 그 따뜻한 응원이 사무치게 그리웠어.
이제야 고백한다. 내 인생에서 예뻤던 페이지엔 항상 네가 있었다는걸.
만약 이 글이 운명처럼 너에게 닿는다면, 아무 말 없이 네 목소리 한 번만 들려주지 않을래?
"잘 지내?"라는 짧은 안부면 되.

보고 싶다, 친구야. 더 늦기 전에, 만나서 그때 그 분식집 가보자. 이번엔 내가 네 입술에 바를 예쁜 립스틱 사서 기다릴게.
사랑한다, 내 소중한 죽마고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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