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씀바귀
유승민
2020.04.27
조회 126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는 엄마가 신경쓰여.. 오랜만에 주말에 엄마댁에 다녀왔어요.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리바리 가져온 쇼핑백은 현관에 내려두고, 옷을 벗고, 깨끗하게 샤워후 새옷으로 갈아입었네요.

엄마는... 인사도 안하고 화장실로 가서 씻기부터 하냐..하면서 볼멘소리를 했지만..

내가 이렇게 유난떠는 이유는... 엄마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많이 나약해져서 걱정이 되어서 였습니다.

93세...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이제 3달..

아직도 엄마에게 우울함이 찾아오나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딸셋에 아들하나 자식들 중에서..할아버지를 끝까지 옆에서 챙기고 보살핀게.. 엄마이기 때문에 더더욱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게 유독 더 힘이들어하시는 듯 했습니다.


딸,,, 엄마랑 산책좀 할까?

산책?

응...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해서...

아.... 그럼.. 마스크 쓰고 사람 없는 곳으로 짧게 나갔다오자..

내키지 않았지만.. 엄마의 말에 단호하게 안된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엄마랑 산책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풀숲으로 자꾸 걸어 들어가더라구요.

엄마.. 거기말고 보도블럭으로 가자...

라는 나의 말에...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야해... 그러면서 풀들이 피어있는 흙길을 따라 걷는 엄마..

그러다.. 흙길에서 우둑커니 멈춰서네요.

엄마.. 뭐해??? 라는 말에..


벌써.. 씀바귀가 나왔네??

봄에 뜯어 아부지 같다드리면 참 잘 잡수셨는데....

......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있던 엄마는 소매를 걷어 손가락으로 땅속에 있던 씀바귀를 캐기 시작하셨어요.

엄마... 그냥 가자...

그거 누가 먹는다고 캐고 있어..

지금 캐야 맛있어... 집에가서 씀바귀라도 무쳐먹어야겠어..

엄마... 씀바귀써서 싫어하잖아..

내 말에 엄마는 아무말도 없이 계속 씀바귀를 캐셨어요

어머!! 여기 달래도 나왔네??

딸!! 우리 오늘 저녁엔 달래장에 밥 비벼먹을까??

금방.. 씀바귀보면서..시무룩하셨던 엄마가.. 달래를 보더니..금방 활기차게 달래캐는 모습에..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그렇게 두손가득 한아름 씀바귀와 달래를 안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물에 깨끗하게 씻어 뜨거운 물에 살짝 삶은뒤 된장과 들기름.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쳤네요.

달래는 총총 썰어 간장과 참기름 통꺠 넣고 만든 달래장..

딸.. 와서 먹어봐...

윽... 이게 뭐야!!! 이거 왜 이렇게써...

설탕 좀 넣어...

설탕 넣는거아니야..원래 쓴 맛으로 먹는거란다...

윽.. 난 못먹겠어...

할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셨던 나물인데.... 이거 하나면 입맛없다고 하셨다가도 밥한그릇 뚝딱 드셨었는데...

엄마는.. 아직도... 할아버지의 부재가 익숙해지지 않으신가봅니다.

그렇게 엄마가 차려준 밥상엔 봄이 왔습니다.

씀바귀, 와 달래....

생각지도 못하게 우리집 저녁 식탁에 마주한 씀바귀와 달래...

엄마는... 또... 갑자기 씀바귀를 보며.. 급 우울해 하셨습니다.

그러다..달래장에 밥을 비벼 드시면서... 딸!!! 이거 비벼먹어봐..엄청 맛있다...

하면서 밥을 뚝딱 한그릇 다 드시네요.

할아버지생각에 우울함이 불쑥 불쑥 찾아왔다가도 다시 또 예전의 활기를 찾으시는 모습을 보니...

내가 잘 왔구나 싶다가도.... 내가 없으면... 또 하루종일 집에서 우울해하실 엄마 걱정에...

저녁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 지네요...

엄마....

조금만 우울해 하시고, 예전의 소녀같은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와주세요..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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