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나들이~
정숙현
2020.03.29
조회 101
연로하신 어머님께서 신종코로라19로 노인정에도 못 나가시고, 외출도 못하시니 답답해 하시기에
고향집에 다녀오자 말씀 드리니 소풍 가는 아이처럼 신이 나셔서 새벽부터 일어나 채비를 하셨습니다.
혹여라도 고속도로가 밀릴까봐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도로가에 핀 벚꽃, 언덕 위에 핀 개나리꽃, 어느새 연둣빛 새옷을 갈아입은 산야를 보며 어머닌 좋아하셨지만
곧 새근새근 잠이 드셨습니다.
고속도로는 오산을 접어 들자 체증이 심해 안성휴게소까지 서행을 거듭했습니다.남편은 운전을 하고, 저는 바깥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는데 우리 어머님은 꿈속을 헤매고 계십니다.
고향집에 접어 드니 주인 없는 밭은 봄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어머닌 도착해서야 잠에서 깨어 나셨고, 집에 들어가시면서 마늘과 파, 시금치,냉이에게 인사를 하고,매화꽃이 핀 나무와 감나무, 사과나무에도 인사를 하십니다.
'모두들 잘 있었구나.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너희를 본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여기에 있었단다'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십니다.
6개월동안 잠자고 있던 방안의 공기도 문을 활짝 열자 깜짝 놀라 잠을 깼고,
쓸고 닦고 치우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습니다.
주인이 없어도 스스로 겨울을 나고, 언땅을 뚫고 나와 스스로 자란 쪽파와 대파, 시금치, 냉이, 달래를 먹을만큼 뽑아 양지에 앉아 손질을 했습니다.
90연세에 심장이 약한 어머닌 가쁜 숨을 쉬시면서도 흙을 만지는 것이 마냥 좋으신지
밭에 계십니다.
봄 하루가 왜 그리도 짧은지...
다섯 시가 넘으니 봄바람이 차게 느껴져
수확한 것을 가방에 담고, 창문을 닫고, 집안을 다시 정리한 뒤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어머닌 서울에 있는 것도 좋지만...
이제 날도 풀렸으니 그냥 고향집에 머물겠다 하셨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 지면
그 때 다시 내려오자고 말씀드리고 고향집을 뒤로 하고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습니다.
하루의 피로를 보상받듯 귀경길은 그리 붐비지 않아 편히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어머니의 코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가는 길의 멋진 봄 풍경은 어머니 꿈 속에 보이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어머니께 숄을 덮어 드렸습니다.
나이들면 아기가 된 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당신 감정에 충실하시고, 단순하고, 금방 잠이 드는 것을 보면...

신청곡: 하얀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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