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선물) 남편의 퇴직 선물
김은경
2020.04.02
조회 220
안녕하세요.
저희는 교사부부인데, 남편이 명예퇴직을 하겠다고 합니다.
요즘같은 시기에 저희 부부를 부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남편이 전부터 명예퇴직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긴 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마음을 접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남편의 결심은 더 확고해지고 있었나봅니다.
감염병으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었잖아요.
50대인 남편에게는 온라인 개학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 모양이에요.
면대면 온라인 수업을 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익혀야 하고,
수업 동영상을 만들어서 온라인클래스룸에 올려야 하고,
학생들의 출결 체크, 진도율 점검, 과제 확인, 피드백 등등이 어렵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막막하긴 마찬가지이지만 배우면 할 수 있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많이 힘든가봐요.
"안되겠어. 나 같은 사람이 빨리 나가야 젊고 유능한 교사들이 들어오지."
남편의 말에 백퍼센트 공감이 가지만 현실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만두면 뭐 하면서 살건데?"
제 물음에 남편의 눈이 반짝반짝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낚시할거야. 집도 짓고, 텃밭도 만들고, 우리나라 섬 다 가 볼거야."
저는 그만 피식 웃음이 나고 말았어요.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초가집에 텃밭 가꾸는 안빈낙도 타령은 왜 변함이 없는지요.
이번엔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다음에 신청해봐요.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고."
남편은 제 말에 명예퇴직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이 밝아집니다.
남편이 얼마 안 가 명예퇴직을 할 것 같아요.
낚시 하고, 집 짓고, 텃밭 가꾸고, 캠핑할 때 음악이 있으면 더 좋겠지요.
미리 기타를 배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기타 선물을 주시면 우리 부부 삶에 윤활유가 될 거에요.

박승화님의 우리들만의 추억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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