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때는 방의 기억
박혜옥
2020.01.17
조회 93
<신청곡> 이광조의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

겨울의 추위가 예전 같이 춥지는 않치만도 오전층이 파괴 되었고 지구의 온난화가
있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 이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난방이 잘 되는 아파트에서 웃풍이 없이 있다가 밖을 나오면 춥기는 추워 파카에
털 목돌이와 장갑을 늘 착용하고 다니게 되니 말이다.개인적으로 나는 추위를 남들보다
더 잘 타기에 겨울 이라는 계절을 그리 좋아 하질 않는다.
주위를 둘러 봐도 황량한 허허들판과 썰렁함은 우리들을 더 외롭고 슬프게 한다는
느낌을 늘상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막에도 오아시스와 같은 아름다움이 있듯이 내게 유일한 기쁨을 주는것이
하나 있다.아파트로 이사 오기전에 살던 집은 전원 주택으로 정원이 넓은 집에서
오랫동안 살았었다.집 앞에 있는 나무들을 가지 치기 해서 모아 쌓아 놓은
나무들을 군불 때는 아궁이에 넣고 불을 지피면 30분 후면 조금씩 더워 지기 시작
하여 그날 밤은 훈훈하게 보내는 방에 대한 기억이 그것이다

이상하게도 언니들은 불을 잘 피질 못했다.방마다 있는 휴지통을 치울겸 해서
휴지들을 다 모으고 얇은 장작을 시옷자로 놓고 그 가운데에 종이에 불을 부쳐 놓으면
조금씩 불이 살아난다 어느정도 살아 나면 그 위에 조금 두꺼운 장작을 얹어 놓는다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다 불을 금새 잘 때고 하니 불을 때는 사람은 제일 만만한
막내인 내가 하곤 했다
나는 살아 훨훨 타는 불꽃을 보며 불륜의 사랑을 하는 남녀의 원색적인 관계를
내 맘대로 상상 하곤 했다.끝이야 어떻게 되든간에 갈때까지 가본다는 화끈한
사랑을 하는 철없는 인간들을 근시안이 되어 보는 감독자가 되어 있었다

불은 영원할것 같았으나 주위를 다 뜨겁게 태워 놓고는 차츰 차츰 식어져 그 다음날
시커먼 재로 덜커덩 남아 버리는 허무한 모습을 보게 되듯 그리 영원하리라
믿었던 불륜의 두남녀는 언제 그랬냐 싶게 가슴 한편에 모든 이들의 상처와 비난의
대상으로 남기고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는 현실을 본다
'그것도 한때 인생 이려니....' 하며 고개를 돌린다.그리고 끝

나는 타고 있는 화려한 불꽃의 색상에서 사랑도 저런 빛깔일까? 의문내 내곤 했다
불꽃의 색깔은 붉은빛만이 아니였고 간혹 노오랗고 어떨적엔 청색깔도 보였기
때문이다 무슨 무지개빛 처럼 여러가지 섞인 색채도 보이곤 했다
끝이 안 날것 같던 얘기는 결국 끝을 맺음으로 종결을 이룬다

군불 때는 방의 아궁이엔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 먹기도 했지만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일기와 편지를 몰래 태워 버리는 좋은 비밀 장소 이기도 했다
아파트로 이사오니 모든것이 간편하고 안전은 하지만도 어째 그런 예전과 같은
낭만이 없는것에 사뭇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전원 주택으로 다시 이사를 갈까? 군불 때는 작은 방을 하나 만들어 그런 행복감을
느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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