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기타)우울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네요ㅠ
박서현
2019.11.23
조회 121
안녕하세요, 내년에 고등학생이 될 중3 학생입니다. 짧은 인생 최대 갈림길인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순조로워야 할 마지막 중학교 생활이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기타입니다! 기타도 그냥 기타가 아닌 전기기타, 그러니까 일렉 기타입니다.

여자와 일렉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테지만 이래봬도 일렉 기타를 배우기 위해 아버지와 내기까지 걸었습니다. 내기를 건 조건은 중간고사 올백이었는데, 덕분에 생전 11시 이후로는 깨어있어 본 적이 없던 제가 새벽 2시를 넘겨가며 공부했습니다. 학교 수업도 놓칠 수 없으니 졸음이 와도 애써 참았고, 대충대충 다니던 학원도 목표가 생기니 불타올라 열정적으로 다녔어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시험이 끝나고, 저는 결국 올백을 맞아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당당히 성적표를 보여드렸습니다. 얼마나 행복했던지요! 꿈에만 그리던 그 일렉 기타를 드디어 손에 쥐어 연습하고, 곡을 연주하고, 밴드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환희가 온 몸을 울리는 듯했습니다!

그날부터 설레발을 치며 어떤 기타를 살까, 하는 즐거운 고민이 계속되었습니다. 죽어라 노력한다면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제 마음 속에 단단히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기뻐하기에는 너무 일렀던 걸까요? 아버지는 애초에 기타를 사줄 마음이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 같은 단호한 구매 거절 선언 뒤부터 지금까지 무기력증에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기말고사에도, 심지어 앞으로의 고등학교 생활도 별다른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정말로 기타가 없는 고등학교 생활은 한번도 고려해보지 않았어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지만 인생의 쓴맛을 경험했습니다.

학교 음악 선생님께서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시고는 이 방송을 추천해주셨습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기타의 지판이라도 잡아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사연을 쓰는 내내 기분이 우울하니, 이 우울함이라도 타파하기 위해 제가 가장 애정하는 곡인 박효신의 Home을 신청하고 싶습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