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국
김은경
2019.10.24
조회 78
지난 주말에 남편과 안면도에서 캠핑을 했는데요.
방산포 앞 갯벌을 바다목장체험장으로 개방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세 시간 가량 바지락을 캤습니다.
조개를 캐는 즐거움은 있지만 사실 그게 쉽지 않아요.
쭈구리고 앉아서 계속 자갈밭같은 갯벌을 호미로 파야 하는데, 거의 콩밭을 매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돼요.
호미질 열 번 쯤에 바지락 대여섯 마리를 잡으니 세 시간이 지나자 작은 소쿠리가 차더라고요.
남편은 무릎이 아파서 못 한다고 시작도 안해요.
남자들이 쭈구리고 앉는 거 힘들어 하는 줄 알기에 저도 거들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캔 바지락은 바닷물에 하루 정도 해감을 해서 조개탕을 끓였어요.
조갯살을 발라 두고 국물도 아까워서 따로 담아 뒀다가 아침에 남편 끓여줬습니다.
남편이 술을 좋아하는데, 시원하다고 매우 좋아하네요.
그 모습을 보니 세 시간 바지락을 캔 고생은 잊고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비록 손에 물집이 잡혔던 게 아직도 불편하지만 남편이 좋아하니 그걸로 충분합니다.
남편은 이런 제 마음 알까요?
수고해서 얻은 작은 기쁨, 이런 것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 기쁨인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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