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님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장경자
2019.10.19
조회 60
몇년 전부터 최백호 콘서트에 가려고 별러 왔는데,
어느날 '가요속으로'를 통해 콘서트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서울 거주자는 아니지만 거리도 갈 만한 거리여서
이번 가을에는 놓치지 말아야지 하고 단단히 맘 먹었지요.
매년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마지막 순간에 티켓값을 아끼느라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지 못했거든요.

'가요속으로'에 응모하는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일로 어영부영하다가 응모기간이 지났으므로
내 돈 내고 가서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티켓 예매를 했어요.
그런데 예매 이틀 뒤 고령이신 어머니가 집안에서 쓰러져 골절상을 당하는
사고가 일어났어요. 그 뒤로 한 보름간은 황망간에 시간이 후루룩
지나가 버린 관계로, 예매취소도 하지 못한 채 콘서트 당일을 맞게 되었지요.

티켓을 그냥 날려버릴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에잇, 모르겠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 기회란 없을지도 몰라. 하면서
무리스럽게, 아주 무리스럽게 발길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향했지요.

최백호의 노래는 다 일품이었지만,
저는 일흔 먹은 그 가수가, 억지로 젊은 체하지도
과장되게 늙은 체하지도 않고,
딱 그 나이에 맞게 말하고, 호흡하고, 노래하는 것이 좋았어요.
"지금은 70살의 호흡으로 노래한다."는 그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지요.
저도 제 나이에 맞는 호흡으로, 안달복달하지 않고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은 느리게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답니다.
콘서트장에 가서 노래를 감상하고 온 게 아니라 철학하고 왔다고나 할까요?

그가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란 노래의 사연을 설명해 줄 때는
어두운 객석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떠나간 사람이 연인이나 친구가 아니라, 스무 살 외동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당신의 어머니란 말에 가슴이 미어져 왔어요.
아직 병상에 누워 있고, 머지않아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를 어머니 생각에,
내가 그런 어머니를 두고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걸까, 하는
죄책감도 밀려왔고요.......

하지만 어머니도 내가 만날 눈물바람으로 징징거리며 살기를
바라진 않으실 거란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어요.
"내가 세상 뜨면 넌 바람처럼 자유롭게
여기저기 마음껏 다니면서 그렇게 살아라." 그렇게 얘기하시는
우리 어머니니까요.........

어머니 생각에 반은 울면서 들었던 최백호 콘서트.
오랜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콘서트가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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